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데이터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0년이면 무려 268억개의 사물이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석의 도전은 수백억 개에 그치지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하는 조 단위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 즉 ‘뇌 지도’를 그리는 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욱신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뇌의 신경망을 이루는 신경세포(뉴런) 사이에서는 매 순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각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정보를 데이터 형태로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뇌의 구조와 이 구조에 따른 기능을 수치화·시각화한 데이터베이스(DB), 즉 뇌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뇌 지도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에 돌입했으며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10년 단위의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뇌 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도 올 5월 2023년까지 뇌 지도 구축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벌써 일정 성과를 낸 곳도 있다.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연구진은 대뇌의 겉부분인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한 뇌 지도를 만들었다고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의식적 사고와 인지, 문제 해결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위가 어떻게 기능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 지도가 완성되면 이 같은 뇌의 비밀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뇌 지도를 만들 때도 대용량의 빅데이터 분석은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시각화해 그래프로 표현하고 이를 분석하는 기법을 더욱 고도화해 뇌 지도 작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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