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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누진제개편 미적거린 배경? 고효율 가전제품 판매 활성화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7~9월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제품 구매시 10% 환급 발표

일반 가정 80% 보유한 저효율 가전제품 교체하고 내수 활성화 일으키려는 계획

에어컨 등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판매 진흥책 저조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정부 누진제 소급 적용에 주저

현재까지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신청 수십만건으로 '호조'...누진제 소급 적용되면 에어컨 등 신청 저조해질 가능성

뒷북경제




정부와 여당이 드디어 18일 첫 회의를 열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부자감세’ 논리를 들어 누진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는데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죠. 정부야 물론 가정용 전기는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고 있고, 누진제를 개편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 가정에 더 유리해진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만. 한국전력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거나 민간이 전기를 사고 파는 ‘에너지 프로슈머’ 정책을 떠받치기 위해서이며 심지어는 대통령이 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판매 활성화 정책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주저하게 만든 이유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효율 1등급인 가전제품을 사면 구매가격의 10%를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환급 대상 품목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인 40인치 이하 TV, 에어컨, 일반·김치 냉장고, 공기청정기 입니다. 단, 구매 시기가 7월 1일부터 9월 말까지인 제품만 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요는 에어컨에 해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이 정책을 발표했던 6월 말에는 지금 같은 폭염과 그 보다 더 했던 국민들의 분노를 예측할 수 없었죠.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 환급시스템’ 운영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1등급 가전제품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고효율 가전제품 판매 활성화를 내걸면서 내심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현재 일반 가정의 가전제품의 70~80%가 에너지 저효율 제품이었는데 이를 고효율로 바꿔 보자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큰 기대는 이번 참에 내수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올해 초 개별소비세 인하로 반짝 판매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처럼 되길 바라면서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답니다.

오늘이 8월 20일이니 정책을 시행 기간의 절반 이상 지났는데요. 산업자원통상부에 슬쩍 물어보니 신청 건수가 괜찮은 편이지만 50만 건에는 못 미친다고 하는군요. 자동차 개소세 인하 때는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회사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덕이 컸습니다. 하지만 가전제품은 자동차보다 가격이 낮아서 할인 여지가 적은 데다가 대부분 해외 공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을 깎았다가는 통상 마찰 우려까지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정부가 애면글면 바라보는 와중에 터진 누진제 개편은 고효율 가전제품 판매에는 악재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기료가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서 기껏해야 20만 원 돌려주는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을 택할 가능성은 낮아질 테니 말입니다. 기재부도 이 점을 우려해서 여당과 논의 초반에 누진제 개편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정 간 논의하던 시점이 8월 초로 에어컨을 한창 구매할 시기는 지났고 무엇보다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여당은 기재부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이 보급되어야 장기적으로 전력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백 번 옳습니다. 그러나 당장 치솟는 더위에 하루 세 시간만 에어컨을 틀라는 정부의 지적에 반감을 안 가질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양복 입고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걸 보니 추운 모양인데 보일러 놔 드려야겠다” 양복 재킷을 입은 채 웃고 있는 정부와 여당 정치인을 향한 누리꾼의 댓글입니다. 이 댓글이 지적하고 싶싶은 것은 관료 머릿속에 있는 큰 그림도 현장을 돌아보면서 그려야 된다는 질타 아닐까요.

/세종=임세원 박홍용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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