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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23조 퍼붓고도 욕먹는 복지정책 이젠 바꿔야 한다

복지예산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고용예산으로 123조4,000억원을 쏟아부었고 내년에는 이보다 6.7% 늘어나 1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속도도 매우 빠르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예산 비중은 2000년 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1.9%로 뛰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4.8%에서 2014년 10.4%로 뛰었다. 증가속도로만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등이다. 억눌렸던 복지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된 탓이다. 이대로라면 10년도 안 돼 사회복지지출 규모가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돈은 계속 들이붓는데 저소득층의 체감복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에 복지예산의 30%가 집중되는 반면 정작 혜택이 절실한 취약계층 지원과 기초생활 보장에는 10분의1밖에 배정되지 않는 역설적 현실이 만든 비극이다.

고령화와 사회 양극화 심화로 시간이 갈수록 복지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고갈 위기를 막고 특혜라는 지적까지 받는 공무원·교원연금도 손봐야 한다. 소득에 따라 공평하게 부담하고 연금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얘기를 꺼내는 이가 없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정부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안도 없이 복지만 강조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산더미 같은 재정적자를 미래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그럴 수는 없다. 복지혜택을 저소득층에 집중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더불어 근본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늘어날 게 뻔한 복지 수요를 고려한다면 ‘중복지 중부담’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대상이 기업이든 가계든, 방법이 비과세 정비든 세율 인상이든 상관없다. 혜택을 누리려면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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