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측이 위안부 재단에 제공하는 10억엔(한화 약 111억원)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는 2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돈 몇 푼 받기 위해 20여년을 싸워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끝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재단 ‘화해와 치유재단’에 제공하는 10억엔 중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현금 지급한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생존자에게는 1억원, 사망자 유가족에게는 2,000만원 지급된다.
이에 대해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우리 앞에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 전에는 1,000억원을 줘도 소용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로금으로 10억엔을 받고 끝내는 것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정부 당국의 불통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체결할 때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현금 지급안에 대해서도 사전에 어떤 귀띔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일본 정부와 쏙닥쏙닥 하며 자기들끼리 합의를 봤다”며 “자신들의 딸이 똑같이 당했다면 이런 식으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연락해 돈 몇 푼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치근덕거리고 있다”며 “그러면서 전부 다 돈을 받는 데 찬성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에 대해 김 할머니는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새긴 것으로 일본 정부는 소녀상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나카소네 히로후미 전 일본 외무상은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을 속히 철거하라고 여러 번 요구했는데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발언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사람이 남아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럴 바엔 정부는 차라리 위안부 문제에 손을 떼라”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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