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종류의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존경받는 예술가가 많았다. 인간의 본성을 출발점으로 갖는 예술의 본질이 결국 모든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렸을 적 필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자주 다녔다. 갈 때 마다 보게 되는 새로운 그림이나 미술작품을 앞에 두고 필자는 꽤 오랜 기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러한 백지 상태의 무지 속에서도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좋아하는 패턴이나 색깔 같은 것이 생겨났다. 예컨대 초록색을 보면 호감이 생기게 됐는데 그 감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어렸을 적 형성된 예술적 경험과 인지능력이 평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건인 것도 같다.
유럽에 12년을 살고 떠나올 때 딱 하나 후회되는 일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더 자주 가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쉬운데 그 시절 음악뿐 아니라 다른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더 가졌더라면 지금보다 더 괜찮은 음악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9년 전 국립오페라단 상근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한국에 돌아온 필자는 매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출근을 했는데 그곳에는 언제나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과 서예관이 있었다. 음악 외에 다른 장르를 매일 같이 접한 것이 지금 필자의 음악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홍천에서 개최된 강원 환경설치 미술 전시회 개막 기념 음악회에 참여했다. 환경설치 미술이라 하면 언뜻 환경 보호와 같은 단순한 의미를 떠올릴 수 있으나 이번 전시회는 미술관을 벗어나 우리들이 터전으로 살고 있는 자연을 주제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풍경, 주변 조건을 뜻하는 작품들이 인위적인 요소가 없는 환경 속에서 전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연 속에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동반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매우 뜻깊은 전시회였다.
음악회는 주 전시회장의 하나인 백락사 앞뜰의 야외무대로 꾸며졌다. 음악회가 무르익을수록 필자의 눈에는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예술작품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고즈넉한 백락사의 전경 속에서 미술과 음악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광경은 예술이야말로 오랜 시간 인간을 품어온 자연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인생은 짧으나 예술은 영원하다’는 글귀가 절로 머릿속을 맴돌았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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