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유로화 결제가 허용된 가운데 주관은행으로 선정된 KEB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이 본격적으로 이란 수요 선점을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KEB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유로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가운데 신한·우리은행도 9~10월 중으로 결제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앞서 이란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은 국내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를 통한 원화결제 방식으로만 이란과 대금을 주고받아야 해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은행들은 다만 아직까지 이란에 대한 미국 제재가 남아 있는 만큼 극도로 조심스럽게 유로화 결제 시스템을 손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로화 결제를 주관하는 3개 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최초로 유로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유로화 결제시스템으로는 지급 증빙이 확실한 거래를 전제로 이란 현지지사에 대한 운영비나 투자금 송금, 거주비 등 개인송금 등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조만간 수출입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대외지급보증과 L/C(신용장)거래, 포테이팅(현금을 대가로 한 외상채권 양도) 거래 등으로 유로화 거래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다만 구체적인 유로화 지급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여전히 남아 있고 거래 과정에서 달러화 사용이 금지돼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유로화 결제 시스템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은행권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대이란 유로화 결제는 유럽의 금융기관을 중재자로 해서 유로화 거래를 하는 게 기본적인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이 송금할 때 ‘국내은행(원화)→유럽은행(유로화)→이란은행(유로화)’의 단계로 이란 기업에 돈이 보내지는 것이다. 기존에 국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유로화의 경우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사용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수입 업체일 경우 돈을 유로로 지급하는 것인데 기존에 보유한 유로는 달러를 통해 바꾼 것일 수 있고 출처가 증빙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며 “중간 단계를 거쳐 원화가 유로화가 바뀌어 보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한 우리 기업이 수출기업일 경우에도 유로화를 바로 받기보다는 중간 단계를 이용해 원화를 지급 받거나 유로 전용계좌를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 금융기관을 중재자로 하는 거래 방식이 모든 거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별로 달러화 개입 여부와 미국 제재 여부를 면밀히 따져 융통성 있게 거래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유로화 결제가 국내 은행을 통해 본격 재개되면 대이란 수출입 거래가 상당 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시 이란과 456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중동 사정에 밝은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이란과의 거래 재개를 준비하고 있어 은행들도 ‘이란 특수’를 노리고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