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는 지난 1일 인터넷교보 19주년을 기념해 세계 문학 고전 3편(위대한 개츠비·월든·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새로운 표지 디자인을 입힌 리커버 에디션을 출시했다. 교보문고와 펭귄클래식, 디자인 창작집단 스티키몬스터랩이 함께 제작한 리커버 에디션은 작품별로 2,000권씩 한정 제작해 1,000권은 단행본으로, 1,000권은 책과 피규어·노트가 들어 있는 세트로 판매했다. 위대한 개츠비·허클베리 핀 피규어 세트는 지난 9일 일찌감치 완판됐고, 월든 세트도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알라딘 역시 리커버 상품을 만드는 ‘본투리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탄 ‘스밀라에 눈에 대한 감각’ 25주년 기념판은 1,000부 한정수량이 1주일 만에 모두 팔렸고, 현재 2탄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20만 부 판매기념 한정판이 판매되고 있다. 리커버 에디션은 표지만 바뀔 뿐 내용 면에선 달라지는 게 없다. ‘포장만 바꿔 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남과 차별화되고 싶은 젊은 층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며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아 알라딘 홍보팀 과장은 “리커버 도서는 기존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으면서도 작품성이 높을 때 반응이 좋기에 단순히 예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테디셀러 재조명에 따른 새로운 독자 유입 기능도 큰 편”이라고 밝혔다.
남과 다른 소비(겸험)욕구를 겨냥한 도서 마케팅은 인터넷 서점의 굿즈(goods) 판매를 통해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알라딘은 책에 딸려가던 사은품에 불과했던 굿즈를 특화해 지난해 9월 인터넷 굿즈샵을 오픈했다. 이벤트 대상 도서를 포함해 일정 금액 이상 책을 사면 적립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매달 새로운 굿즈를 구매할 수 있고, 책 구매 없이 기념품만 따로 살 수도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거치대·북램프·북케이스·에코백 등 기획 상품이 인기를 끌며 ‘굿즈를 받기 위해 책을 산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화제를 모았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 기념품에 대한 관심은 관련 도서 판매로도 연결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광복절을 기념해 마리몬드와 제작한 물병·북커버는 11일 만에 매진됐는데, 이 기간 관련 도서 판매 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0% 넘게 뛰었다.
최근엔 책과 호텔을 결합한 이색 이벤트도 등장했다. 민음사는 워커힐 호텔과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이라는 이름의 독서 패키지를 선보였다.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한 사람의 자유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꼽았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은 기획이다. 패키지를 예약하면 600권 상당의 민음사 도서가 비치된 더글라스 북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과 노트 선물, 토크 클래스(10월 14일 개최) 무료 참가 혜택을 받는다. 민음사 측은 “독자와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올 봄 여성 패션브랜드 ‘키이스’(KEITH)와의 리커버 콜라보에 이어 이번에 호텔과 색다른 패키지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구매층을 공략하기 위한 서점가의 이 같은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 할인을 통한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정가제)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한정판 이벤트나 굿즈 판매 등이 더 부각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독자 확보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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