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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빌딩 숲과 하나된...'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세련되지만 튀지 않게...이웃 건물과 조화 고려한 설계 돋보여

호텔파크하얏트서울에서 바라본 파르나스타워. 트레이드타워와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일대에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엑스 맞은편 옛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지동차그룹이 105층 규모의 메인 타워를 중심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공간을 ‘복합환승센터’로 조성하고 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등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을 연결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한다. 최근 공식 오픈한 ‘파르나스타워’는 삼성역 앞 한국종합무역센터 블록에서 테헤란로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과 영동대로 트레이드타워 사이에 있다. 원래 계획은 전체 39층 중 상층부 10여개 층에 최고급 호텔을 배치하는 것이었지만 전면 재설계를 통해 오피스빌딩으로 바뀌었다.

2415A20 파르나스타워




●트레이드센터의 오마주

‘블록 맏형’ 트레이드센터 고려 높이 일부러 낮춰

깎인 모서리·투명유리 등 디자인콘셉트까지 고려

‘파르나스(Parnas)’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사는 신성한 산 ‘파르나소스(Parnassus)산’에서 따온 것이다. 건물 설계를 맡은 미국 KMD와 국내 창조종합건축사무소는 이 파르나스에서 신전 기둥과 같은 이미지를 차용해 호텔의 콘셉트로 삼았다. 오랜 세월을 버텨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갖게 된 신전처럼 한국 현대건축의 시기별 특징을 보여주는 건물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게 목표였다.

무엇보다 한국종합무역센터의 상징적인 건물인 트레이드센터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었다. 이에 맞춰 법적으로 250m까지 올릴 수 있는 건물을 183m로 낮췄다. 이 블록의 ‘맏형’ 격인 트레이드센터의 디자인 콘셉트를 반영해 호텔 정문 쪽 하단과 영동대로 쪽 상단을 투명유리로 덮으며 사선 형태로 튀어나오거나 들어가게 했다. 대신 밋밋할 수 있는 빌딩에 두 개의 모서리는 45도로 깎아내고 나머지 두 곳은 둥글게 처리해 수직성을 강조했다.

설계에 참여한 이경수 창조건축 상무는 “일본 니켄세케이는 트레이드타워를 설계할 때 한국 고도성장기를 꺾은선 그래프 형태로 건물에 반영했다”며 “파르나스타워에서 45도로 깎인 건물의 두 모서리, 반사유리가 아닌 투명유리를 돌출·함몰시킨 일부 벽면, 타워 입구 천장의 캐노피 역시 모두 트레이드센터에 대한 ‘오마주’”라고 강조했다.

파르나스타워 외벽을 장식하는 반사유리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수평설치된 검은색 루버. 밑에서 올려다보면 위로 갈수록 겹쳐 보이면서 더 검게 보이는 ‘그러데이션’ 효과로 건물이 더 길어 보인다.


●단조로움 속에 빛나는 건축미학

외벽 검은 루버로 하늘과 맞닿을듯한 수직성 효과

기둥 절반으로 줄인 3m 천장 오피스 개방감 탁월

주변보다 튀지 않으려는 디자인 때문에 자칫 단조로울 뻔했던 건물을 살린 것은 외벽의 검은색 루버(louver)다. 원래 햇빛이나 빗물이 내부로 들이치지 않도록 하는 차양 같은 용도인데 일정 간격으로 수평부착된 검은 루버는 파르나스타워에 수직적인 팽창감을 부여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연속되는 수평선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내는 ‘그러데이션’ 효과로 건물이 마치 하늘로 끝없이 연장되며 닿을 듯한 느낌을 주는 것.

한눈에 알기 힘들지만 이 루버들 사이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이 부착돼 있다. 매 층 5개씩 설치된 루버 중 천장-바닥면 아래위에 부착된 3개 사이에는 유리 대신 BIPV가 쓰였다. 옥상의 BIPV와 함께 전체 건물의 조명용 전력 중 25%를 생산한다.

사실 자랑거리는 내부에 더 많다. 1층 로비는 천장 높이가 14m, 호텔과의 사이를 채우는 아트리움 공간은 유리천장까지 높이가 무려 26m다. 여의도 전경련회관 로비보다 더 높다. 또 오피스 공간은 일반 건물보다 훨씬 높은 3m 천장에 기둥 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 개방감이 뛰어나다. 전력·통신 케이블과 바닥 난방 시스템 등을 위해 바닥을 30㎝ 띄웠음에도 무려 4.5m의 층고를 확보해 가능했다.

기둥 수를 줄이는 것에는 콘크리트 타설 당시 사용한 ‘포스트텐션 슬래브’ 공법이 숨어 있다. 백준범 창조건축 설계총괄전무는 “이 공법은 기존보다 비용이 20% 정도 높지만 개별 층고는 물론 전체 층수도 높아지는 효과가 난다”며 “천장이 높아지고 기둥이 줄어들면 그만큼 채광량과 개방감이 커져 사무실 환경이 더 쾌적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파르나스타워는 자연채광을 내부로 끌어들인 태양광 집광 조명 등의 설계로 미국 친환경건축물등급(LEED)에서 골드 등급을 받았다.

파르나스타워와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연결되는 아트리움은 천장이 26m로 높은데다 유리창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며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사무실 내부. 50여평이 넘는 공간임에도 기둥이 몇 개 없고 천장은 3m로 높아 개방감과 채광이 탁월하다.


●10~20년 뒤가 기다려지는 건물

현대차그룹 GBC·국제교류복합지구 완공되면

삼성동 컨벤션타운 ‘상전벽해’ 수준 변화 기대감



파르나스타워는 앞으로 변화될 삼성동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4년 테헤란로 일대가 중심상업·업무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1988년 즈음에는 삼성역 옆 한 블록에 대한무역협회 주도로 종합무역센터가 건립되면서 테헤란로 일대가 오피스 중심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종합무역센터는 트레이드타워(무역회관), 코엑스(종합전시장),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코엑스, 도심공항터미널, 아셈타워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국제적인 컨벤션 공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오는 2021년 말께 앞서 말한 현대차그룹 GBC와 더불어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공사까지 마무리되면 일대에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파르나스타워가 단순히 빌딩 하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천장에는 태양광 패널(BIPV)이 설치되고 바닥에는 식물이 심긴 파르나스타워 옥상. /사진=이재유기자


■설계자 인터뷰 - 창조종합건축사무소 백준범 설계총괄 전무

“파르나스타워는 보는 방향마다 다른 디자인 즐길 수 있는 건물”

“파르나스타워는 동서남북 사방에서 보는 각도마다 다른 입면(파사드)을 보여주는 빌딩입니다. 단순히 직사각 기둥 형태가 아니라 곡면과 사선으로 처리된 빌딩의 네 개 모서리, 외벽 전체를 덮고 있는 반사유리 사이 투명유리로 처리된 돌출·함몰 부분, 수직성을 강조하는 루버 등 다양한 디자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백준범 창조건축 설계총괄 전무는 언뜻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파르나스타워 외관이지만 조형적인 고려가 잘 스며 있는 건물이라고 강조했다. 동부타워·포스코빌딩·강남타워·스타타워 등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가 쌓여 있는 테헤란로에서 주변과의 조화를 강조했지만 진보된 기술과 현재의 디자인 경향 역시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백준범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마모되고 깎인 신전 기둥처럼 주변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진보한 기술과 디자인을 세련되게 반영한 현대 건물이지만 혼자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변 건물에 녹아드는 형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중간에 호텔 구역을 사무실로 바꾸는 것도 복잡했지만 현재 사용 중인 두 건물 사이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장애가 많았다. 더 어려웠던 것은 기존 지하 4개 층 밑으로 다시 주차장 4개 층을 추가하는 작업. 소위 ‘뜬구조공법’을 적용해 기존 시설을 구조물로 받쳐놓고 밑을 파들어가 지하를 건설하는 난공사였다.

백 전무는 “명동 신세계백화점이나 서울시청에서도 이처럼 지하 증축이 있었지만 파르나스타워의 경우에는 무려 4개 층을 추가하는 공사였다”며 “바로 옆 호텔의 영업에 영향이 없도록 무소음·무진동으로 진행해야 해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공사에서는 3차원 설계 방식인 BIM 설계를 적용했다. 2차원 도면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공종 간 공간 간섭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체크하고 그에 맞춘 자재를 공장에서 바로 들여와 현장서 조립하는 형태로 공사가 진행됐다. 벽면에 구멍을 뚫다가 강선을 훼손하면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포스트텐션 슬래브’ 방식 공사에서 필수적인 방식이다.

그는 “시공사인 GS건설 추계로는 공사비 중 200억원 정도가 BIM 설계로 절약됐다”며 “3차원 설계로 공사 결과를 미리 확인한 후 자재를 주문하고 현장에서 도면 대신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공사하는 것은 파르나스타워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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