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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이용해달라" 해외 화주에 편지...산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나

"한진 수십척 바다 떠다니는데

어느 화주가 국적선사 믿겠나

신뢰 회복하기엔 늦었다" 지적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지난 21일 글로벌 화주들에 ‘현대상선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편지를 보냈다.   /구경우기자




KDB산업은행이 글로벌 화주들에 우리 국적선사 이용해 달라고 읍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한진해운 사태로 세계 해운시장에서 하나 남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마저 이용하기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되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곳곳에 40척이 넘는 한진해운 선박이 하역도 못 하는 상황이라 무너진 우리 해운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각국의 화주들에 현대상선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letter of support)를 보냈다. 산업은행은 올해 7월 조건부 자율협약의 조건인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을 완수한 현대상선에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지분 14.15%)가 됐다.

산은은 편지에서 “현대상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사태로 현대상선의 가치가 훼손되는 데 대해 매우 우려(very much aware of concerns)하고 있다”며 “우리(산은)가 현대상선의 재무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완전히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현대상선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세계 해운업 위기 와중에서도 현대상선은 한국 정부의 협조 아래 국적선사로서 신뢰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화주들이) 현대상선을 지원(이용)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썼다.

산은이 해외 화주들에 읍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은 최근 해운사에 운송을 위탁하는 글로벌 대형 무선박운송업체(NVOCC)들을 중심으로 우리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도 이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돌입한 지 24일이 지났는데도 97척의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박 가운데 62척이 하역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22일 기준 국내외 항만에 정박하지 못하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선박만 41척이다. 가압류된 선박은 5척, 입출항 불가 조치가 취해진 선박도 5척에 이른다. 더욱이 하역된다 해도 늦어진 운송으로 거래업체들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처지다. 국내 해운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화주들도 국적선사인 현대상선 대신 안전한 해외 선사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해외 화주들은 더 (현대상선) 이용을 꺼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문제는 산은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해외 화주들이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은, 한진그룹이 줄다리기를 하느라 이미 화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이다. 비록 2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00억원)과 전 경영자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100억원)의 사재 출연 자금에 더해 대한항공 600억원, 산은 500억원 등 총 1,60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역 지체에 따른 유류비와 용선료 등이 늘어 하역에 필요한 비용이 2,000억원 넘게 불었다고 보고 있다. 하역비가 투입돼도 사태 해결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편지에서 산은은 한진해운 사태를 언급하면서 ‘한진해운의 파산절차(Hanjin Shipping’s bankruptcy proceedings)’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한진해운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법정관리’가 아닌 ‘파산’을 뜻하는 ‘bankruptcy’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주요 외신에서 ‘법정관리(court receivership)’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bankruptcy’와 ‘receivership’은 병용될 수 없는 명백히 구분되는 용어로 ‘파산’은 영문에서도 말 그대로 ‘파산’이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경우·서지혜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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