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지난 8월25일 내놓은 가계부채대책에서 오는 11월부터 은행에 집단대출 취급 시 차주(借主)의 소득자료 수집을 의무화했다. 소득 수준별 집단대출 실태와 리스크 등을 분석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은행 등은 집단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수도권 60%)을 적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했다. 그러자 정부는 “집단대출에 DTI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8·25대책 이후에도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지속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결국 중도금 대출에 대한 금리·한도 차별화라는 고강도 처방을 내놓았다. 집단대출은 최근 1년 만에 20조원 이상 급증하며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획일적인 규제 대신 은행이 차주의 소득이나 신용도를 토대로 중도금 대출의 금리·한도를 달리함으로써 집단대출의 총액 증가세를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당국의 이 같은 정책방향에 공감한다. 집단대출의 증가세를 잡지 않고서는 가계부채의 총량 증가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집단대출 관리의 필요성은 지난해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먼저 강조한 부분”이라며 “대출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2013년 29만9,000가구였던 신규 분양 물량은 지난해 52만5,000가구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인 20만6,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예상 공급 규모는 54만가구에 달한다. 반면 연구기관에서 추정한 실수요는 34만가구에 불과해 미분양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단대출을 시행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중도금 대출에 대해 차주별로 금리가 차별화하더라도 시장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11월부터 집단대출 시 차주의 소득정보 수집이 의무화되지만 이미 대형 시중은행들은 관련 정보를 받고 있는데다 신용대출 시스템에 접목하면 즉시 시행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향후 중도금 대출 실행 시 개별 소득 심사를 하는 등 시간이 좀 더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지만 은행 자체적으로는 시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같은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도나 소득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일부 차주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부분도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90% 보증이 들어가는 만큼 신용대출에 비해 신용도별 금리차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분양 물량에 대한 집단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일단 분양권 전매를 비롯한 부동산 투기 수요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권 전매를 노리고 청약을 신청하는 투기꾼들에게는 집단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사업에 대한 은행의 사업성 심사 강화가 공급 사이드에 영향을 미친다면 중도금 대출에 대한 금리 차별화는 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건설사 주택사업의 사업성 심사는 은행만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며 “은행의 심사가 강화되면 실수요자가 이를 토대로 분양을 받을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만큼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로 2금융권의 집단대출이 크게 늘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2금융권에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집단대출에 대한 감독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경우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PF 대출을 받게 되고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조민규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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