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뺑소니 사고로 척수 완전마비(지체1급) 장애 판정을 받았던 김병욱 씨(42)가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의 도움으로 19년 만에 걷게 됐다. 그는 “매일 밤마다 꿈꾸면서 걷는 기분”이라면서 “매일 즐겁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 중인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의 공동연구팀(SG메카트로닉스, 세브란스 재활병원 나동욱 교수 연구팀 등)에 1년 전 합류했다. 지난 3월부터 착용형 로봇인 ‘워크온수트’를 입고 지금까지 테스트와 걷기 훈련을 반복해 왔다. 처음만 해도 중심 잡기의 어려움과 20kg 가까이 되는 무게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뜬히 걷고 계단도 오르내린다.
김 씨와 연구팀은 오는 10월 8일 스위스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인 ‘사이배슬론(Cybathlon)’ 본선 출전을 확정지었다. 한국에서는 유일한 팀이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장애인 재활을 위한 의공학 분야 최고 기술을 겨루는 웨어러블 로봇 대회로 NASA의 후원을 받은 미국 연구팀, 재활공학 분야 탄탄한 업력을 자랑하는 독일팀, 재활보장구 분야 세계 최대 오스트리아 기업팀 등 쟁쟁한 연구진들이 출전한다.
김 씨는 “조금 걷는 것도 걷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부모, 애인, 친구, 조카들과 단 10분이라도 같이 호흡하며 걷는 게 우리같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걷는 기분을 맛볼 수 있도록 이 로봇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병욱 씨의 1년 여 훈련 마무리 현장을 서울경제썸 카메라가 담았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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