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지만 어렵지 않았다. 시민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친숙하게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 추석 한국을 찾은 ‘슈퍼문’의 이야기다.
추석 전부터 이슈가 된 롯데의 석촌호수 슈퍼문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관람객이 500만 명을 넘었고, 너도나도 인증샷까지 날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달궜다. 슈퍼문은 주최 측에 톡톡한 홍보효과를 선사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상권까지 활성화시켰다. 석촌호수 옆 방이동 먹자골목이며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의 매출까지 훌쩍 올려줬다. 문화와 예술로 대중과 공감에 나선 한 기업이 이뤄낸 성과였다.
우리 조상들은 달에는 토끼와 두꺼비가 살았다고 믿었다. 필자도 계수나무 아래 방아를 찧는 옥토끼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수없이 들어왔다. 슈퍼문은 도심 속에서 잠시 어린 시절 혹은 미지의 동화 속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작가는 슈퍼문에 이런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미국 출신의 아티스트 듀오 ‘프렌즈 위드 유’의 사무엘 복슨과 아르투로 산도발은 풍요로움의 상징인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한국적인 스토리에 착안해 슈퍼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석촌호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첫 손님이었던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 역시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무 오리 러버덕을 보고 있으면 물에 동동 띄어 놓고 고무 대야에 목욕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세계 어느 나라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동심 어린 추억이다. 러버덕은 세계 곳곳 호수에서 순회전을 하며 전세계에 평화와 행복을 전파했다.
이들 작품들이 거둔 대단한 성공의 뒤에는 ‘동심’이라는 공감의 코드가 있다. 동심이라는 부드럽고도 강력한 공감의 코드는 얼마든지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내 작가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동심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있다. 노동식 작가와 강예신 작가가 대표적이다.
솜을 재료로 동심의 세계를 조각, 설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노동식 작가는 그리운 동화 속 판타지의 세계 혹은 어렸을 적의 따뜻한 기억과 그리움을 솜으로 빚어낸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민들레 홀씨 되어’는 민들레 줄기를 꺾어 “후~” 하고 불어봤을 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에 잠기게 한다.
강예신 작가 역시 외롭고 지친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심 세계를 펼쳐내며 치유와 위로의 메세지를 작품에 담아낸다. 그의 책장시리즈 작업에는 책 읽는 ‘힐링 토끼’가 등장한다. 그림으로 읽는 ‘공감 동화’다.
패션, 출판, 모바일 콘텐츠, 캠페인 프로젝트 등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두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시도 되고 있다.
슈퍼문이나 러버덕에 버금가는 혹은 능가하는 또 하나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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