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면 아시아 미술계는 ‘싱가포르 아트위크’가 열리는 싱가포르를 주목한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90여 개 전시와 프로그램이 열리면 금융과 관광의 도시인 싱가포르는 한순간 예술도시로 탈바꿈한다. 4월과 10월의 홍콩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비롯해 중국의 자더(嘉德)와 바오리(保利), 한국의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세계적 경매회사가 집중하는 이 시기에는 수천억 원어치 작품이 새 주인을 만난다.
이번에는 서울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쇼핑관광 축제로 전국을 달궜다면 이제는 ‘미술주간’이다. 국내 최대의 미술품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이하 KIAF)’도 이 기간에 포함돼 있으니 그림 쇼핑도 가능하다.
미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해 미술관·갤러리·비영리전시공간 등의 다양한 미술행사를 연계해 지난해 처음 시범운영된 ‘미술주간’(Korea Art Week)이 올해는 오는 11일부터 23일까지 13일간 열린다. 전국의 국·공·사립미술관에 화랑, 광주·부산·서울의 3대 비엔날레까지 가세해 100여 곳 미술공간이 함께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무료입장, 경기도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은 반값 할인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초 개막한 비엔날레는 미술주간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세마(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에서는 작가 구수현·에두아르도 나바로 등이 관객참여 퍼포먼스를, 광주비엔날레는 세미나와 전시관람·드론을 이용한 홀로그램 퍼포먼스를, 부산비엔날레는 전시공간인 F1963(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에서 23일 ‘모바일 키친 오픈 레서피 인 부산: 진짜 맛나게’와 파티를 진행한다. 이인성·이쾌대 등을 낳은 대구는 ‘예술가의 작업실 기행’을 마련하는 등 지역 행사도 풍성하다. 미술주간 공식 누리집(www.artweek.kr)에서 세부행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를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한다. 해외 미술계 전문가들과 미술관에 국내 작가 및 화랑을 소개하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확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국제적 네트워킹’의 부족은 국내 미술시장이 내수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활로를 개척하는 데 결정적 취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용산구 인터파크씨어터 내 복합문화공간 네모에서는 우수화랑 20곳이 추천작가 1명을 내세워 꾸민 ‘갤러리 쇼케이스’가 열리며 부디텍 유즈(Yuz)재단 이사장 등 세계적 컬렉터와 아트페어 디렉터, 경매회사 대표, 아트딜러 등이 참여하는 토크프로그램도 매일 진행된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KIAF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A·B홀에서 열린다. 세계 16개국에서 17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엄격한 심사로 예년 대비 화랑 수를 줄이는 대신 수준을 높였고, 관람 동선을 좀 더 여유롭게 계획했다. 국제·현대·가나·학고재·아라리오 등 국내 주요 화랑들이 참여하고 주빈국 대만화랑도 11곳이나 온다. 한국미술을 알리고자 화랑협회가 나서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해 100명 이상의 미술계 주요인사들이 내한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은행 지원사업 예산 중 5억5,000만원을 KIAF에서 쓰기로 하는 등 미술시장의 기대가 크다. 동시에 수요자도 작품 장만의 적기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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