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삼성 사장단 강연에서 삼성에 2009년 도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위험을 경고했던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삼성전자가 도요타와 같은 길을 걸었다고 12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요타 등 일본 기업 경영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김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와 관련, “삼성전자가 글로벌 1등 기업이 됐다고 자만을 해 무리해서 제품 일정을 잡아 문제가 터진 것이 첫 번째 문제”라며 “제품 결함이 발견됐을 때 예전처럼 단순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한 게 더 큰 화를 불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만 “삼성전자가 잘한 것은 제품 결함 발견 후 리콜, 생산 중단까지 의사결정이 빨랐다는 점”이라며 “도요타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시장의 20%가 넘는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한국,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공급망도 다양하며 이번 갤노트7은 홍채인식, 방수·방진 등 여러 기능까지 더해져 복잡한데 결함 문제를 찾으면서 예전방식처럼 배터리 문제로만 접근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복잡성이 증폭됐는데 예전처럼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1차 리콜 후 생산 중단까지 이르렀다”며 “다시 신뢰를 회복해 재기하기 위해서는 품질 관리나 일하는 방식, 전 세계에 제품을 공급하는 프로세스 등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삼성은 도요타가 리콜 후 3년 만에 다시 세계 1위로 재기할 수 있었던 원인인 ‘원점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기조를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2년 삼성 수요 사장단 강연에서 “삼성은 도요타를 벤치마킹해 세계 1등으로 컸지만 애플과는 달리 복잡한 모델을 취하고 있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현재는 공급망 관리를 잘해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복잡성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가속 페달 결함 등 제품 문제로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23개 모델 771만대를 리콜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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