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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들 혁신 외치더니…사외이사·감사엔 낙하산 수두룩

■ 상장 제약업체 100곳 분석해보니

10곳 중 4곳 거래소·금감원 등 감독기관 인사

복지부·식약처 출신도 많아 '방패막이' 비판

'R&D보다 인맥'…전문성 떨어지고 구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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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신약기술 수출 해지의 ‘늦장 공시’와 사전 정보유출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국내 제약기업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감독기관 인사가 사외이사와 감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나 검찰 출신 등 권력기관 인사와 거래은행 출신도 다수 포진해 있어 ‘보험용’이나 방패막이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업체들은 전문성을 선임 이유로 대지만 적게는 매출이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한 업체들이 연구개발(R&D)보다 인맥이나 학연 관리에 매달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제약업체 100개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36개 업체에 낙하산 사외이사와 감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매출 421억원을 올린 휴메딕스에는 전 거래소 부이사장 출신 박상조씨가 3월부터 감사로 일하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심사를 하고 공시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뉴트리바이오텍과 씨케이에이치에는 각각 코스닥시장 본부장보를 지낸 임승원씨와 김병재씨가 사외이사로 있다. 세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사라는 점에서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금융당국 출신도 있다. 휴메딕스는 금감원 증권감독국장을 지낸 최순권씨가 3월부터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고 동화약품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 경력이 있는 김문철씨가 사외이사다. 동성제약 권태리 감사는 옛 증권감독원(현 금감원)에서 부원장보를 지냈다. 모두 증권 쪽 인사다.

식약처나 보건복지부 출신도 있다. 종근당바이오에는 경기지방식약청장(현 식약처)을 지낸 김영찬씨가 사외이사에 올라 있고 보령제약 길광섭 사외이사는 옛 식약청을 거쳐 국립 독성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권력기관 출신도 적지 않다. 특히 국세청 인사가 많다. 국세청 ‘OB(올드보이)’ 인맥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슈넬생명과학 권오철 사외이사와 동성제약 임정만 사외이사는 각각 남대문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을 지냈다. 영진약품 김종두 사외이사는 강남세무서장을, 고려제약 강남규 감사는 순천세무서장을 지냈다. 일양약품 배명식 사외이사는 경인지방국세청 징세조사국장 출신이다.



법조계 인사도 많은데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일동홀딩스 사외이사에 등재돼 있다. 대화제약 이준보 사외이사와 테라젠이텍스의 신종대 사외이사는 각각 대구지검 고검장과 검사장을 지냈다. 삼아제약 최영광 사외이사는 법무연수원장 출신이고 삼천당제약 홍기종 사외이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경력이 있다.

거래은행 인사를 임명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퇴직자 12명이 주거래 기업 등에 재취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에스티팜 이영태 감사는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이 회사는 우리은행과 거래가 있다. 현대약품 김용운 사외이사는 외환은행 본부장을 지냈고 종근당바이오 안동명 감사는 산업은행 리스크관리부장 출신이다. 조아제약은 기업은행 지점장 출신 김무석씨가 사외이사다. 이들 기업 모두 해당 은행과 거래관계다. 이외에도 코오롱생명과학 이우공 감사는 하나금융지주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고 내츄럴엔도텍 이선희 감사도 SC제일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업체들의 이사회 구성이나 전문성이 미국 기업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부실 저축은행이 방패막이용으로 감독당국 인사를 영입했고 일부 대기업은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를 대비해 법조인 출신을 영입하는데 R&D에 주력해야 할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이 같은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해 이사회에 전문인사를 앉히고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한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혁신을 외치면서도 예전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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