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떨치기 위해 삼성전자가 전방위적인 품질·개발 혁신을 선언하면서 조만간 드러날 구체적인 방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CS센터 등 기존 품질 검증 부서의 위상을 격상시키거나 새로운 전사 차원의 품질 관련 조직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속도전에 매몰된 제품 개발 방식을 바꾸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는 방안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3일 “갤노트7의 폭발 원인을 밝히는 작업과 별도로 전사 차원에서 제품 개발, 품질 검증 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불합리한 점을 뜯어고치는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 느슨해진 품질 경영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현재 사업부별로 나뉘어 있는 품질 검증 조직을 재편하는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사 품질 관련 조직으로 전무급 임원이 총괄하는 글로벌CS센터를 두고 있지만 각 사업부의 품질 점검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업계에서는 글로벌CS센터의 위상을 크게 강화하거나 전사 차원에서 면밀히 제품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갤노트7 폭발의 원인을 품질 검증 과정의 문제가 아닌 개발 과정의 오류로 보는 전문가들은 개발 절차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모두 철저히 검증해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제품 출시 일정을 무리하게 맞추려다 설계·개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7과 갤노트7 개발에 도입했던 ‘애자일(Agile)’ 전략을 재검토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개발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워터폴(Waterfall)’ 방식 대신 애자일을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 도입해왔다. 워터폴은 제품 기획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 검증까지 순서대로 진행해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도중에 수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기술적 안정성은 높은 개발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애자일은 제품 개발 주기를 1주~1달 정도로 짧게 잡은 뒤 개발을 반복하며 수정 요소를 추가해 개발 기간 단축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채택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아직도 선진 기업을 추격하던 시절의 속도 경영에 매몰돼 있다며 이번 기회에 ‘퍼스트 무버’로서 품질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제품을 빨리 내놔야 한다는 조급증에 걸려 있다”면서 “갤노트7에는 많은 혁신 기술이 접목됐지만 출시 일정을 맞추느라 충분한 품질 안정화 기간을 거치지 못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조급증을 버리고 제품을 언제 출시할 것인지보다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에 공을 들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가로막는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를 이 기회에 일소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