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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산 와인으로 세계를 매혹시킨 이 남자

인터뷰 | 칠레 와인명가 '에라주리즈' 이끄는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이 에라주리즈의 고급 와인 ‘비네도 채드윅’(왼쪽), ‘돈 막시미아노’와 함께했다.




‘가격 대비 맛은 괜찮은, 하지만 최고는 아닌’. 한때 칠레 와인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최고급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라고 입을 모으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식을 뒤집은 칠레의 와이너리가 있다. 칠레의 와인명가 ‘에라주리즈’다.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와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음회를 연 에라주리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최고급 와인들을 물리치고 자사 와인을 1등 자리에 올렸다. 에라주리즈를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을 만나 칠레 와인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칠레 와인업계를 이끄는 와이너리 ‘에라주리즈’ 의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서울을 찾았다. 서울시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에 훤칠한 키, 여유 있는 언행 등 한눈에 봐도 멋진 신사였다. 그가 서울을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싱긋 웃으며 그가 말한다. “칠레에서도 프랑스 와인 같은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칠레 와인을 ‘값싸고 훌륭한 와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칠레 고급 와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서울을 찾았습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1993년 에라주리즈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째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에라주리즈는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설립한 이후 140여년 동안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에라주리즈의 창업자인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와이너리를 일군 과정을 소개했다.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칠레의 와인 생산자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보르도를 방문한 인물이다. 그는 보르도에서 직접 골라온 포도 묘목을 칠레 ‘아콩카과 밸리’에 심고 포도밭을 조성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말한다. “당시 칠레 와이너리들은 프랑스 보르도와 유사한 토양을 가진 산티아고(칠레 수도) 부근의 ‘마이포 밸리’ 에서 포도를 키우고 있었어요. 하지만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아콩카과 밸리를 개척했습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아콩카과 밸리 덕에 칠레에서도 보르도 와인 못지않은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아콩카과 밸리 지역은 칠레 북쪽에 위치해 적도와 가까워 포도가 햇볕을 많이 쬘 수 있다. 동시에 연 평균 기온이 프랑스 보르도보다 높으면서도 일교차가 커서 포도의 당도와 산도가 적절하게 조절되고 강우량이 적어 포도를 알차게 키울 수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전통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0년대 초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그가 말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칠레 와인은 내수 시장에서만 소비되고 수출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칠레 와인도 세계적인 와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1983년 프랑스 보르도로 건너가 ‘현대 와인 양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밀 페이노 교수에게 와인 양조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와인이 바로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입니다.”

1995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업계의 전설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2008년 작고)와 손을 잡고 또 다른 최고급 와인 ‘세냐’를 만들었다. 로버트 몬다비는 전 세계에 미국 와인을 알린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미국 와인의 전설이다. 칠레 와인 역사상 국제 합작 계약을 맺고 와인을 만든 것은 세냐가 처음이었다. 프랑스 와인 명가 ‘샤토 무통 로칠드’와 칠레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가 합작해 ‘알마비바’ 와인을 만든 것은 세냐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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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2004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자사 고급 와인을 알리고 있다. 그 시발점은 2004년 1월 열린 ‘베를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와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와인 이름을 숨긴 채 맛과 향 등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와인 시음 과정)’ 행사였다. 에라주리즈에서 만든 와인이 실제 품질에 비해 세계 와인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 세계 최고급 와인과 당당히 겨루는 시음 행사를 기획한 것이었다.

그 결과 에라주리즈의 고급 와인인 ‘비네도 채드윅’이 1등을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3위, ‘샤토 마고’와 ‘샤토 라투르’가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한 병에 1,000달러가 넘는 프랑스 고급 와인을 에라주리즈의 100~200달러짜리 와인이 누른 것이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를 ‘파리의 심판’에 빗대 ‘베를린의 심판’이라고 불렀다. 파리의 심판이란 영국의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가 1976년 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제친 사건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베를린 테이스팅이 에라주리즈와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사실 위험한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말한다. “우리가 만든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물론 이런 테이스팅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와인이 1위를 차지한 결과는 사실 놀라웠어요. 전율을 느꼈습니다.”

에라주리즈는 올해 5월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비네도 채드윅’ 2014년산이 칠레 와인 최초로 세계적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 만점을 획득한 것이다. 와인 업계에서는 제임스 서클링이 95점 이상 평가한 와인에 대해 ‘품질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말한다.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입증했습니다. 에라주리즈는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담그는 ‘이스테이트 와이너리(Estate Winery)’의 전통을 이어가 최고의 와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겁니다. 칠레 와인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품질은 더욱 좋아질테니까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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