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집단대출 은행과 금리는 추후 통보해드릴 예정입니다.”
10월 들어 아파트 중도금 대출 심사가 더욱 강화된 가운데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단지들의 경우 이처럼 중도금 대출에 대해 애매하게 안내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할지, 가능할 경우 금리는 어느 정도 될지 확실한 안내를 할 수 없어서다.
문제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성사되더라도 금리가 너무 높게 책정돼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다. 현행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이 같은 ‘중도금 대출 사유’로 인해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과 시공사 간 중도금 대출을 둘러싼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중도금 대출, “나중에 통보해드립니다”=16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단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단지들이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와 은행 및 금리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대출은 나중에 통보해드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이번주 계약을 앞둔 서울 A단지의 경우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은행을 확정하지 못했다. 당첨자를 발표하고 다음주 계약을 체결하는 경기도 B단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C단지 역시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 등은 나중에 통보해드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는 공공 아파트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월 이후 분양한 전국 6개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5,528가구)에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회사를 구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출 불가 사유로 계약 해지 주장 못해=문제는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중도금 대출 분쟁에서 책임을 계약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분양된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를 살펴본 결과 ‘각 계약자마다 대출 한도가 다르거나 불가능할 수 있어 계약자가 지정된 금융기관에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아울러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한도가 부족할 경우 계약자가 중도금을 직접 납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미납시에는 연체료가 가산된다.
무엇보다 계약자들이 대출 불가 사유로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계약자들이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 청약에서 중도금을 내지 못할 경우 책임은 계약자가 지게 돼 있기 때문에 청약에 나서기 전 분양안내문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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