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지목된 철강·조선업종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을 위해 이전투구하는 양상이다.
16일 조선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3사는 STX조선해양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익규모 대비 물린 후판 대금이 가장 많은 동국제강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다른 철강사들도 고발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은 STX조선해양이 회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후판 어음 만기에 대응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어음을 발행했고 이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규모와 대상은 다르지만 과거 LIG건설이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했던 ‘사기성 기업어음(CP)’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철강3사가 STX조선해양으로부터 받아야 할 후판 대금은 총 847억원으로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332억원), 현대제철(142억원) 순이다.
철강업계는 8월 재판부에 원자재 구매 관련 채권을 우선 변제해달라는 공동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함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이 2013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아온 점을 고려했을 때 고발 검토가 사실상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STX조선해양의 자금 집행이 현실적으로 산업은행과의 교감 하에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국내 철강사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후판을 공급했다”면서 “국내 철강사들에는 어음결제를 하고 중국·일본 등 해외 철강사들과는 현금결제를 하는 것은 국내 철강업계를 기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회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변제계획이 세워지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해양의 생사를 판가름할 2·3차 관계인집회는 당초 1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채권단 요청으로 다음달 11일로 연기됐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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