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단골로 다니던 차움병원의 차병원그룹이 정부 차원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황상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씨의 입김이 대통령 연설문이나 문화·스포츠 사업뿐 아니라 보건의료산업에까지 전방위로 작용했다는 것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최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차움병원의 주요 고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움병원은 차병원그룹이 노화 방지, 예방의료 등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프리미엄병원으로 국내외 유명인사가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차움병원 관계자는 “최순실씨가 지난 2014년까지 주치의, 전담 간호사가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회원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했고 이후에도 병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차움병원이 들어선 P빌딩의 오피스텔에 살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이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최씨의 국정농단이 시작된 현 정부 들어 차병원그룹과 계열사인 바이오업체 차바이오가 눈에 띄는 수혜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 배경에 최씨의 영향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올 1월18일 대통령이 주재한 연두업무보고를 차움병원이 운영하는 종합연구원에서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무보고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 관계자가 몰렸다. 대통령 업무보고가 행정기관이 아닌 민간기업 건물에서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차움병원의 종합연구원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유치한 효과 탓인지 올 4월 복지부·미래부 등이 참석한 바이오 현장간담회도 개최했다.
차바이오의 주력 분야인 배아줄기세포 사업도 현 정부 들어 술술 풀렸다. 올해 5월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때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시 배아 사용요건 완화’가 규제 완화책 중 첫째로 꼽혔다. 7월에는 차움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가 복지부로부터 조건부 승인되기도 했다. 조건부 승인의 경우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가 7년 만에 재개된 것이라 주목받았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병원 소유 건물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열었을 때 업계에서 그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다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들이 많았다”며 “이후에도 배아줄기세포 관련 일들이 유난히 잘 풀려 특별한 비호를 받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차병원이 청와대와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나 차바이오 측은 업무보고 유치, 줄기세포 치료제 규제 완화 등은 현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책의 일환이라며 최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 장소는 청와대가 정하는 것이라 차병원 관련 건물에서 개최한 배경을 잘 모르겠다”면서도 “규제 완화 등은 바이오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차바이오 관계자도 “업무보고 등과 최씨와의 관련성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인사나 정책적 결정의 배경에 최씨가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차움병원 관련 의혹도 최씨와 결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