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총리 전격 내정] '성급한 개각에...국정공백만 길어질까 걱정'

청와대가 2일 오전9시30분 국무총리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민안전처 장관 교체를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세종시 관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무총리에 대한 교체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됐었지만 경제부총리까지 동시에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이제는 개각 폭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청와대의 개각 발표에 반발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A 국장은 “청와대에서는 친노무현 출신 총리와 호남 출신 경제부총리를 내정해 ‘이이제이’ 전법을 쓴 것”이라며 “하지만 야당이 이미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서 국면전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처의 K 과장은 “현재 야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임 국무총리와 부총리 후보자는 야당과 물밑 작업이 진행된 후에 발표했다면 야당에서 극구 반대할 인사가 아닌데 청와대에서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면 전환을 위해 발표한 개각이 야당을 더욱 자극하면서 또 다른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경제부처의 C 과장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먼저 내정을 해서 사실상 공백 상태인 국정동력을 다잡고 향후 개각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현재 국정상황이 엄중한 것은 분명하지만 개각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교체에 따른 연쇄 개각도 정권 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개입 파동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실무진이 현안을 챙기면서 신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박홍용기자 구경우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