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3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전남대에서 가진 강연에서다. 유 의원은 “헌법 66조2항은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위임된 (헌법 수호라는) 신성한 의무와 권리를 민간인한테 넘겼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헌법파괴 사건으로 평가한 것이다.
유 의원은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검찰 수사든, 특검이든 받아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4~2012년까지 박 대통령에 근접해 도운 데 대한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저런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비선실세가 국정농단을 한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저뿐만 아니라 여당 정치인 중에도 도저히 못 참았을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변명하는 것은 아니고 책임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며 “적절한 기회가 있으면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명하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한다”며 “당 식구 전체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다섯 명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의 재창당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친박·비박으로 당이 갈라져 싸우며 당이 쪼개지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며 “대선주자들의 의견은 ‘재창당의 각오로 당을 개혁하겠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라는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도전을 하고 싶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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