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남은 비록 13분으로 짧았지만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입법부 수장과 만나 총리 인선 문제를 협의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두 번의 사과에 이은 것으로 국가 권력질서가 국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야당이 계속 요구해온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실질적으로 정리됨에 따라 책임총리든, 거국내각이든 후임 총리 인선과 이를 통한 정국수습의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인사의 원칙이 섰다면 이제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권한 범위와 국민동의 등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권한 범위는 야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경제·사회 등 내치(內治)와 내각 구성에 관한 전권(全權)을 부여받도록 박 대통령이 나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후임 총리는 또 국민적 동의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대선을 불과 1년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정부를 중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사실상 국회 추천을 하게 되는 야권은 우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권이 최순실 정국 해법으로 주장해온 거국내각 역시 친여 성향이어도 안 되지만 친야 성향이어도 안 되는 중립인사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 같은 중립성의 판단은 국민 여론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은 국민동의를 받을 수 있는 후임 총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대안(代案) 정당의 면모를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