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화통화는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따라 한미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미관계의 핵심인 상호방위조약 부분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확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등을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해 우리 사회에서는 그가 당선될 경우 한반도 안보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최초의 아웃사이더 출신 대통령에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난 미국의 정치환경을 생각한다면 한미관계는 트럼프 시대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양국관계의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할 인물 등 ‘트럼프 인맥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선거 결과에 외교당국까지도 허둥대는 모습이 완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식의 원초적 외교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연설에서 “모든 나라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 및 실리주의 외교방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방침은 대외관계뿐 아니라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에 한미관계를 풀어가는 우리 외교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미관계에서 이 같은 변화는 반드시 우리에게 위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덕적이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는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로 볼 때 북핵, 한중관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한국 배치 등 막혀 있는 현안들을 풀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도 상호방위조약에서 상호를 떼어낸 채 미국의 일방적 보호에만 의존하는 종전 태도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든 안보든 공짜는 없다. 우리도 우리가 할 바를 할 때 정정당당할 수 있고 양국관계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