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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나만 내려도 KIC서 외환보유액 회수 가능...‘안전벨트’ 고쳐매는 정부

국무회의서 KIC 시행령 개정령안 의결

기존 ‘정크등급 하락 시 조기 회수’→‘3대 신평사 중 2곳서 한 등급만 내려도 회수’로 완화

‘외환보유액 두 달 연속 10% 감소 시 조기 회수’→‘두 달 연속 5% 감소 시 회수’

‘국내외 경제사정 급격한 변화 인정 시 조기 회수’ 기타항목도 추가





사상 초유의 국정 마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외환 ‘안전 벨트’를 단단히 동여매기 시작했다. 한국투자공사(KIC)에 맡긴 외환 보유액을 유사시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15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KIC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우선 정부가 KIC에 위탁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했다. 구체적으로 현재는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으로 강등됐을 때에 KIC에 맡긴 외환보유액을 정부가 회수해 외환시장 방어 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총 3개의 국제신용평가사(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 중 2곳으로부터의 신용등급이 한 계단만 내려도 회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은 무디스로부터 Aa2, S&P로부터 AA, 피치에게는 AA-를 받고 있다. 이 중 무디스와 S&P로부터 Aa3, AA-를 받게 되면 정부가 KIC에 맡긴 외화자산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

또 이전에는 외환보유액이 2개월 연속 전월대비 10% 이상 감소할 경우 조기에 회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두 달 연속 5% 이상씩만 줄어들면 회수할 수 있게 규정을 고쳤다. 이외에 ‘국내외 경제사정의 중대하고도 급격한 변화가 인정되는 경우 조기 회수할 수 있다’는 기타요건을 추가했다. 금융시장 혼란으로 외환보유액을 쓸 상황에 대비해 규정을 재정비한 것이다.

현재 KIC가 운용하는 외화자산은 총 1,000억달러 정도다. 정부가 700억달러, 한국은행이 225억달러를 위탁했고 수익이 생겨 1,000억달러 내외로 불어났다. 민간 기금이 맡긴 자금은 아직 없다.



정부는 국내 중소형기금의 KIC 위탁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이전에는 1조원 이상을 맡겨야만 위탁자가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KIC에 요구할 수 있었는데 이 요건을 1,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중소형기금이 1,000억원만 맡겨도 어떤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해달라고 KIC에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KIC가 돈을 굴릴 수 있는 범위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분야로 넓히기로 했다. 현재 KIC는 주식, 채권 등 증권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앞으로 관보에 게재하는 등 공포 절차를 거쳐 11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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