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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산업현장 릴레이 르뽀-위기를 넘긴 기업들] (1)SK인천석유화학

PX 실은 선박 70척 글로벌로

공장 40일 멈췄지만 올 최대 실적

공급과잉 앞서 선제적 사업재편

3분기까지 영업익 3,000억 돌파

최신식 PX 설비로 수익성 극대화

SK이노베이션의 효자 노릇 톡톡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전경. /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우리 기업들에 2016년 한 해는 힘들다 못해 ‘끔찍한’ 하루하루였다. 대내외에서 터져 나오는 악재들에다 경영 환경도 잿빛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기업인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상당수 기업이 한 해를 갈무리하는 지금 이 순간 흑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서울경제는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분투한 기업인들의 현장을 찾아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과 내년을 기대하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커다란 배가 들어오자 부두에 나와 있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쌀쌀한 초겨울 추위도 잊은 듯했다. 기자가 찾은 인천시 북항 인근의 SK인천석유화학 부두는 파라자일렌(PX)을 선박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두를 담당하는 직원은 “요즘은 매일 한두척씩 배가 들어오는데다 한 척을 채우려면 보통 하루 이상이 걸려 쉴 틈이 없다”며 “한 달에 어림잡아 70척 정도가 PX를 싣고 국내 또는 중국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북항 부두에서부터 4㎞ 이상 곧게 이어진 커다란 송유관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면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거대한 굴뚝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의 중심부에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연산 130만톤 규모의 PX 생산설비가 들어서 있다. 공장뿐 아니라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1조6,000억원짜리 시설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설비는 전 세계 원유 20종을 처리해 고품질 PX를 생산할 수 있으며 SK이노베이션 전체로 봐도 최신식 설비라고 할 만하다”며 “건설 초기 폭발 사고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우리 시설의 안전함·친환경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해 이제는 사그라든 상태”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세계적 장기 경기 침체와 중국·중동 등 신흥국의 도전 등 다양한 위협요인을 마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 PX 공장을 가동한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9월19일부터 10월28일까지 40일간 정기 보수를 하느라 설비 가동을 완전 중단한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미 올 들어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공장이 새롭게 출범한 2014년 이래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날개 돋친 SK인천석유화학의 실적은 기초 화학원료로 널리 쓰이는 PX의 시황이 좋은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시장을 내다보고 미리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해둔 전략이 주효했다는 주장도 많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산유국이 아닌 한국에 터전을 둔 우리로서는 늘 시장의 변동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세계 어떤 원유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PX 설비의 성능도 끌어올린 덕분에 SK인천석유화학이 본격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9년 한화그룹 계열의 경인에너지로 출발한 SK인천석유화학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여러 차례 주인을 바꾸고 2006년 당시 SK㈜에 인수됐다. SK그룹은 3조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 뒤 SK인천정유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다시 SK인천석유화학으로 사명을 고쳤다. 원래는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공장의 역할만 담당했으나 장기 생존을 위해 2012년 1조6,000억원 규모의 PX 설비 투자를 결정한다. 전형적 정유 공장에서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로 탈바꿈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주민의 반대, 미래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무릅쓰고 과감히 투자를 진행한 경영진의 공이었다.

이처럼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SK인천석유화학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 부문을 제외한 화학 사업으로만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SK인천석유화학은 올 8월 8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한 회사채 공모(신용등급 A+) 당시 10배가 넘는 8,6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업계에 닥쳐올 공급과잉 위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해 수익을 끌어올린 모범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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