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를 상대로 열린 국정조사에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들이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열린 기관보고였지만 참모들은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의 수장인 한 실장은 참사 당일 관련 기록도 숙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준비 부족’ 논란을 자초했다.
한 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강석훈 경제수석, 허원제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했다.
청와대는 시작 직후 “기관보고로 (최순실·세월호 관련) 의혹들이 해소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호한 답변과 태도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서면 보고는 누가 작성했느냐’고 묻자 한 실장은 “세월호 7시간 문제는 자세하게 아는 분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허 수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윤 의원은 허 수석에게 ‘(당시 보고를) 팩스로 했느냐 사람이 했느냐’고 물었고 허 수석은 “제가 답변드릴 수 없다”면서도 “보고된 것은 확실하다”며 말을 잘랐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실장에게 참사 당일 보고 체계를 지적하며 따졌지만 한 실장은 이번에도 답을 하지 못하며 “이 문제는 경제수석이 잘 알고 있으니 (대신) 답변 드리겠다”며 강 수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이 정도도 파악하지 못했느냐”며 한 실장을 비난했다.
한 실장은 또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지적에 “대통령 관저에는 집무실이 있어 관저에 있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하는가 하면 의원들의 추궁에는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성태 국정조사위원장은 청와대의 태도를 두고 장내가 술렁이자 급기야 “청와대 기관증인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별도로 날을 잡아 청와대 현장조사를 하겠다”며 “한 실장을 비롯한 증인 여러분은 보다 적극적으로 진솔하게 답변하라”고 경고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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