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배럴당 50달러선에 묶여 있는 국제 유가가 이르면 내년 중 60달러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오일 메이저들이 유전 개발 재개를 속속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 정유사들도 유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영 전략 재점검에 돌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오는 10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OPEC 회원국들과 비(非) OPEC 회원국의 감산 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OPEC은 지난달 30일 하루 120만배럴씩 감산하는 데 합의하고 비OPEC 국가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등 비 중동 산유국까지 감산에 나설 경우 유가 상승세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6일 “러시아가 하루 30만배럴 감산에 나서기로 해 어느 때보다 감산 합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제 유가가 내년 중 배럴당 60달러 벽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유가 시기에 사실상 투자를 중단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최근 투자 재개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BP는 이달 초 지난 2013년 중단됐던 멕시코만 심해유전에 대한 투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해양플랜트 발주가 아예 끊기다시피 하면서 해상 자원 개발 비용이 과거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 손익분기점이 낮아졌다는 게 BP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로열더치셸 역시 지난달 초 브라질 유전에 100억달러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충재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일 메이저들의 투자 재개 결정은 향후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동에 치우진 수입선을 미국·멕시코 등으로 다양화해 유가 급변동에 대응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달 임원인사를 실시한 GS칼텍스의 경우 석유사업·화학사업 총괄을 신설하면서 회사 조직을 ‘2총괄 5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기존 정유영업본부를 법인과 소매영업으로 구분하면서 소매영업본부를 독립 출범시켰다. 법인영업은 S&T(공급&트레이딩)본부로 통합됐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구매에서부터 소비자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를 최적화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인사를 앞둔 국내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맞춰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와 상사들 사이에서 사실상 명맥이 끊긴 자원 개발 사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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