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정국혼란은 불가피하다. 통과될 경우 대통령은 즉시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고 황교안 총리가 그 직을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야당이 황 권한대행 체제에 난색을 표하고 또 한번의 탄핵까지 주장하는 마당에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여야 정쟁만 더 격화될 수 있다. 여기에 촛불집회 주최 측은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주말집회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칫 나라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지 모른다. 탄핵안이 부결되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분노한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동안의 비폭력 평화집회 기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여야는 탄핵 이후에 대해 말이 없다. 탄핵안 표결은 혼란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정치권이 서둘러 시국수습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가결된다면 국회가 나서 시국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정국안정 방안을 내놓고 내각과 협력해 권력 공백기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처해야 한다. 헌재도 탄핵심판을 조속히 진행해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만약 부결된다면 정치권은 그 뒤에 몰아칠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어떤 경우든 헌법이 정한 절차만이 정국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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