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해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시민들은 ‘역사의 심판’ ‘사필귀정’ ‘촛불의 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결의된 만큼 앞으로 헌법재판소도 최대한 빨리 탄핵 결정에 나서 국정혼란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9일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제라도 국가가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사는 김옥순(58)씨는 “탄핵안 처리는 사필귀정”이라며 “지난 몇 달간 나라 꼴이 말이 아닌데 되도록 헌법재판소가 빨리 판단을 내려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결의안은 시작일 뿐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배선옹(31)씨는 “대통령이 바로 퇴진하는 것은 아니기에 국민들의 분노가 곧바로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말 집회에 앞으로 계속 나가서 대통령은 물론이고 부패한 보수세력 심판 열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국회 탄핵안 가결을 반기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대구에 사는 박시우(45)씨는 “당연한 역사의 심판이 나온 것”이라며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대통령은 더 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헌재 판단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이경자(51)씨는 “오늘 결과는 촛불의 힘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김효경(45)씨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다는 게 부끄럽다”며 “국회에서 탄핵했으니 헌법재판소도 빨리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전에 사는 신선미(46)씨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박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가려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의 이경길(52)씨는 “탄핵 결의안이 박 대통령의 무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가 됐기 때문에 내년 4월이고 6월이고 필요없이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섯 차례의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도 “이제는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퇴진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퇴진행동은 10일 7차 촛불집회를 열고 이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근형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서 다행”이라며 “국회의 결정과는 별개로 애초 우리가 요구했던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말 촛불집회의 열기는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탄핵 가결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헌재 심판이 적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은 일단락됐고 헌재의 심판 절차가 남아 있다”며 “심판 기간은 최대 180일로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적법적 절차에 따른 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곤 대한민국애국보수연합 사무총장도 “정치인과 언론이 더 이상 일방적인 측면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탄핵절차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용·이두형기자 yongs@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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