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은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어느 해보다도 힘든 한해를 통과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급증하고 청년실업률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지난 9월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외식업계 등이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틈새를 개척하며 성장한 업종도 있었다.
올해 창업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가성비’였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경향은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며 견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저가’ ‘대용량’ ‘실속’ 등을 앞세운 가성비 돌풍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 수요와 맞물려 창업 시장을 강타했다.
수제 버거 전문점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냉장육만을 사용한 ‘마미쿡’과 대용량 패티를 앞세운 ‘토니버거’가 인기를 모았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2,000원대의 아메리카노 메뉴를 앞세운 ‘이디야’와 ‘커피베이’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4,000원대 커피 못지않은 품질을 갖추고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저가 커피 전문점과 주스 전문점은 여전한 인기를 구가했다. 음료 한잔에 1,500원 안팎의 가격을 책정한 ‘빽다방’은 점포를 500여 개로 늘렸고 ‘쥬씨’도 800호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무제한 리필을 제공하는 분식 브랜드나 메뉴 하나를 고르면 하나를 무료로 얹어주는 브랜드 등도 새로 등장했다.
1인 가구의 확산에 따른 도시락 브랜드의 성장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예비 창업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도시락 전문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내 최대 도시락 전문점 ‘한솥도시락’은 매장을 700여 개로 늘렸다. 가맹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증가하면서 올해 총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국 4만여 곳 편의점도 이색 도시락을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고 후발주자인 ‘본도시락’과 ‘오봉도시락’ 등도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창업비용의 거품을 제거한 브랜드가 늘어난 것도 변화다.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인테리어비를 없앤 이른바 ‘4무(無)창업’이 쏟아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가맹점을 늘려야 생존이 보장되는 본사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네상권’ 겨냥 브랜드들도 크게 늘었다. 해물 포장마차 ‘오징어와친구들’, 닭발요리 전문점 ‘본초불닭발’ 등이 인기를 모았고 전통 외식업인 동태탕, 곰탕, 순대국밥, 시래기국 등에서도 신규 브랜드가 대거 탄생했다.
강병오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에 이어 국정농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창업 시장은 어느 해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며 “내년에도 소비 침체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예비 창업자들은 성급하게 창업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가성비를 앞세운 실속형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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