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2일 여야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하면서 이 기구를 통해 야당의 각종 정책 수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제동과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 폐기에 야당은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명분으로 벌어진 철도노조의 파업이 종료됐지만 성과연봉제는 노사 관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역점을 뒀던 파견법 등 노동관계 4법의 국회 처리에 실패한 뒤 성과연봉제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첨병으로 삼아왔다. 이에 모든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정부 권한 내에서 추진 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이 제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으나 야당의 힘이 세진 만큼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양대 지침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과정에서 재계가 미르재단 등의 출연 대가로 정부에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앞으로 야당의 입김을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현 정부가 시행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될 수도 있다. 정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2014년 8월부터 LTV와 DTI를 상향(완화)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해 4월 한 차례 연장해 내년 7월까지 제도를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야당이 목소리를 높일 경우 그 전에 LTV와 DTI가 강화될 수 있다. 내년 7월 제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 시장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야당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내년 세법개정안에서는 배제됐지만 법인세 인상도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추가 타격이 우려된다.
국정교과서와 한일 위안부 협정도 수정될 수 있다. 이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국정교과서 강행, 잘못된 위안부 협정 등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실정에 대해서도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 및 국회 협의 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는 이미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히는 등 추진동력이 상당히 상실된 상황이다. 여론도 야당의 주장에 기울어져 있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안부 문제도 합의 사항 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활동기간이 종료돼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보장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책위원회는 여야정협의체가 가동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정부 측에 요구할 사항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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