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개월 만에 반등했던 수출이 이달 들어서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출액이 늘어나고 있어 2개월 연속 회복도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하지만 휴대폰과 선박 수출이 여전히 부진해 월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12일 관세청은 10일 기준 수출이 129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개월 만에 반등(2.7%)한 수출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2월 수입은 121억달러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0.1%)을 보였다.
수출은 반도체와 승용차·석유제품 등이 끌어올리고 있다. 단일 품목 가운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12.5%) 수출이 이달 10일까지 전년 동월 대비 5.9% 뛰었다. 반도체 수출은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신규 스마트폰이 저장공간을 늘리면서 지난달 11.6% 증가한 데 이어 이달도 큰 폭으로 수출액이 늘어날 조짐이다. 지난 9월 4Gb당 1.82달러였던 D램 가격은 지난달 기준 2.54달러까지 뛴 상태다. 전체 수출에서 7.3%를 차지하는 승용차도 이달 수출이 5% 증가했다. 국내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했던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종료된 영향이 컸다. 자동차 수출은 10월까지 16개월 연속 수출이 줄었지만 파업이 종료된데다 해외 수요가 늘면서 두 달 연속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50달러를 웃돌면서 전체에서 약 5%를 차지하는 석유제품 수출도 이달 10일 기준 전년 대비 19% 뛰었다. 12월1~10일의 조업일수는 올해 8일로 지난해(8.5일)보다 줄었지만 주력 제품들의 수출액 증가에 힘입어 일 평균 수출액도 16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지난달 큰 폭(-22%)으로 수출액이 줄었던 유럽연합(EU) 수출이 이달 26.4% 뛰었다. EU(9.2%)는 우리 전체 수출 시장 가운데 중국(25%)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15%), 미국(13.5%)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대거 진출해 있는 베트남(41.9%) 수출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우리 수출은 2014년 10월 이후 26개월 만에 2개월 연속 반등할 수 있다. 지난해 실적이 상당히 낮았던 12월 수출(-14.3%)의 기저효과도 기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달 수출을 마냥 낙관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우선 지난달 17개월 만에 반등(0.4%)했던 중국 수출이 감소(-1.8%)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6개월 만에 뛰었던(3.9%) 미국 수출이 큰 폭(-13.8%)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달 우리 수출의 반등을 이끌었던 석유화학(20%)과 철강(10.8%)의 수출액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철강은 10일까지 0.9% 감소했고 유화도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수출액 증가폭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달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무선통신기기(-17.9%)와 선박(-36.8%) 수출은 이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이후 신규 전략 스마트폰 생산이 줄어들고 있고 이달 선박은 지난해보다 인도할 물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주력 품목들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휴대폰과 선박의 부진을 감안하면 월말까지는 가봐야 (수출 반등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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