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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7대뉴스]예술인 블랙리스트·성추문에 '충격'...한강 맨부커상에 '환호'

다사다난했던 올 문화계는 그야말로 ‘충격’의 한 해였다.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을 앞세워 문화 전반에 검은 손을 뻗었다는 사실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에다 성추문·위작논란 등 믿었던 거장에 대한 실망 또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수선한 정국은 예술가들을 거리로, 광장으로 불러냈다. 청와대 주도로 정부 비판 작품을 만든 예술가 명단을 작성해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했음을 입증하는 ‘블랙리스트’가 지난 10월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예술가들은 함께 거리로 나와 “내가 블랙리스트다”라며 항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에 앞서 6~10월에는 극단 20여 곳은 ‘검열’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공연하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부의 예술 검열에 항의하기도 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거진 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방송인 김제동은 전국의 촛불집회 현장을 누비고 있으며 배우 정우성 등이 공개석상에서 소신발언을 펼쳤다. 이승환·이효리·전인권은 ‘길가에 버려지다’라는 곡을 무료 음원으로 공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에 앞장섰고 안치환·양희은·한영애·이은미·DJ DOC 등은 주말에 광화문과 효자동 일대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해 집회 현장을 민주주의를 향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은 한류에 불똥을 튀겼다. 중국 정부의 한류 제제 조치인 ‘금한령’ ‘한한령’으로 지난 7월 말부터 한류 스타들의 중국 드라마·광고 출연에 제약이 따르더니 10월부터는 중국 내 한국 연예인의 공연이 단 한 건도 승인되지 않는 상황까지 몰렸다.

반가운 충격은 지난 5월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이 독자들의 관심을 견인한 덕에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대중음악 가수인 밥 딜런이 2016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는 ‘위대한 미국 가요의 전통 속에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점’을 인정받아 수상했지만 시상식 불참 등 여러모로 파격을 이어갔다.

반면 문단은 성추문으로 얼룩졌다. 10월 중순 트위터를 중심으로 시인 박진성, 소설가 박범신 등 10여 명의 문인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당사자들이 공개 사과 후 절필을 선언하거나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일이 반복됐다. 출판사들은 해당 문인들의 작품에 출고 정지·절판 등의 조치를 단행했고 특히 문학과 지성사는 추문 연루 문인들이 강사로 나선 산하 복합문화공간 ‘문지문화원 사이’의 강좌를 폐쇄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화가 이우환은 ‘위작논란’에 휩싸였다. 수사중인 경찰이 위조범의 자백을 받았고 압수한 그림 13점을 감정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작품을 확인한 작가만 “틀림없는 내 그림”이라고 주장해 혼란이 가중됐다. 이 와중에 또다른 위조범 일당이 검거됐고,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논란과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까지 가세해 미술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반면 ‘한국 추상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이 지난달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63억3,000만원에 낙찰돼 한국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약 47억원에 팔리며 경매 최고가 자리에 오른 김환기는 지난 4월 48억 6,750만원, 6월 54억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올해만 연거푸 3번이나 자체 기록경신으로 ‘환기 전성시대’를 열었다.

공연 시장은 9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제작비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기업의 공연 후원·협찬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클래식을 비롯한 대형 공연 제작·기획사는 기업 협찬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기업에 초대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관람권 대부분이 법정선물상한액(5만 원)을 초과해 공연 후원이 어렵게 됐다.

/문화팀·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1. 비선실세 최순실,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은손’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회원들이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문화예술인 검열과 블랙리스트 작성, 대통령 즉각 퇴진 및 구속수사 촉구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 사드 배치 결정에 中 ‘금한령’...한류 휘청

‘태양의 후예’에 출연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송중기. 한중 동시 방송된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에서도 ‘국민 남편’으로 통하던 그가 출연한 중국 핸드폰 광고의 모델이 중국인으로 교체됐다. 이는 ‘금한령’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 한강 맨부커상·밥딜런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

소설가 한강(왼쪽)의 ‘채식주의자’가 5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독자들의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10월 발표된 미국 대중음악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 소식 역시 문학계는 물론 대중음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4. 작가회의 ‘문단내 성폭력’ 문인 진상조사

문인들의 잇단 성추문 사태와 관련해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10월 ‘관련 조사를 통해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킨 회원에 대해 자격정지나 제명 등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소설가 공지영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작가회의 징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문단 내 성폭력’ 문인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5. 위작·대작...부끄러운 미술계의 민낯

한국 미술시장 ‘블루칩’ 이우환 화백을 둘러싼 위작 유통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위조범의 자백과 함께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한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작’ 결론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작품을 확인한 작가만 “틀림없는 내 그림”이라고 말해 혼란이 가중됐다. 이로 인해 미술시장은 또한번 국민적 불신을 받았고, 천경자 ‘미인도’ 논란과 조영남 대작사건까지 가세해 타격을 입었다. /서울경제DB


6. 낙찰가 63억3,000만원...김환기 전성시대

대형 캔버스에 무수히 많은 점을 찍고 그 가장자리를 일일이 테두리로 감싸며 번짐효과와 색의 변주를 실험한 김환기(1913~1974)의 점화(點畵)는 동서양의 조화가 돋보이는 한국적 추상의 완성을 이뤘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 47억원으로 미술경매사상 최고가에 오른 뒤 올해 3번 연거푸 자체 기록경신으로 63억3,000만원의 새 기록을 쓰며 ‘환기 전성시대’를 열었다. /사진제공=환기미술관


7. 김영란법 직격탄...더 쪼그라든 공연시장

공연계는 김영란 법 시행에 따른 기업 협찬·후원 감소로 크게 위축됐다. 기업이 공연 협찬의 대가로 받은 관람권을 거래처나 고객에게 초대권으로 제공하는 기존 마케팅 방식이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 값이 고가인 대형 클래식 공연의 경우 가장 저렴한 관람권도 법 상 선물 상한액(5만원)을 초과해 기업의 협찬·후원이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기업 협찬을 받아 추진해야 하는 내후년 공연 프로그램에는 김영란법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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