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통화스와프가 지난 10월 말 만기 종료됐다. 외환 당국은 “원칙적으로 연장에 합의했고 세부 사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지만 공식 발표는 두 달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의 여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말레이시아·UAE와의 통화스와프는 선진국과의 계약도 아니고 미국달러를 교환하는 것도 아닌 만큼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큰 상황에서 규모가 100억달러가 넘고 외환 안전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측면에서 하루빨리 연장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10월20일 말레이시아와 3년 만기로 47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위기 시 한국은 말레이시아로부터 150억링깃을 빌려올 수 있고 반대로 우리는 말레이시아에 5조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같은 해 10월13일에는 UAE와 54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3년 만기로 체결했다. 역시 200억UAE디르함, 5조8,000억원을 서로에게 빌려줄 수 있는 구조다.
외환 당국은 만기 종료 시점을 전후해 “연장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관련 서류심사 절차 등 세부적인 부분만 남아 공식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통상 만기 이전에 연장을 공식 발표하는 스와프 계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종료된 것이라 봐야 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국정 공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것으로 최근 교통정리가 됐지만 11월 한 달 동안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어색한 동거가 계속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측에서 말레이시아·UAE와의 통화스와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컨트롤타워가 애매해진 여파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가뜩이나 빈약한 통화스와프 계약은 더욱 줄어들었다. 현재 중국·호주·인도네시아와의 양자 스와프,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체제(CMIM) 등이 있다. 위기 시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달러지만 모두 지역통화 기반 계약이다.
중국과는 560억달러 규모의 원화·위안화 교환이고 호주와의 45억달러짜리도 원화와 호주달러를 주고받는 식이다. 인도네시아와도 100억달러가 있지만 역시 원화·루피아화 교환체계다. CMIM은 384억달러 규모로 미국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국제통화기금(IMF), 각 회원국의 동의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위기 발생 시 즉각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최근 일본과 미국달러 교환체계의 통화스와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최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협상을 할 방법이 없다”고 밝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본은 한국에 확실한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통화스와프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어 결론이 내년 한국 대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아무리 말레이시아·UAE와의 스와프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합치면 100억달러가 넘는 작지 않은 규모”라며 “하루빨리 만기 연장을 공식 발표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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