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모인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유승민표’ 맞춤정책 옷을 입고 내년 1월20일 전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개혁보수신당이 ‘따뜻한 보수’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만큼 어떤 정책을 통해 새누리당과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서울경제신문은 25일 당 정강·정책 작업을 맡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금까지 밝혀온 정책 입장을 통해 앞으로 개혁보수신당이 추구할 방향을 들여다봤다. 이에 따르면 개혁보수신당은 강력한 안보를 추구하는 한편 경제와 복지, 노동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좌 클릭’ 성향을 강하게 보이면서 야권과 궤를 함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은 오는 28일까지 정강·정책 틀을 마련한 뒤 내부토론을 거칠 계획이다.
개혁보수신당의 경제정책은 ‘정의’를 중심으로 성장과 분배의 해답을 동시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그리고 야권과 구별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제성장과 관련해 근본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승민 의원은 그동안 재정 확장이나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이용해 경제 살리기를 시도했던 역대 정권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신 ‘혁신 성장’이 유일한 성장 해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유 의원은 지난 9월 서울대 강연에서 “국가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결합해 과학기술 및 기술 경쟁력 혁신과 창업에 대한민국이 ‘올인’해야 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소·창업기업을 육성하고 국가가 ‘창업금융’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혁신성장과 재벌개혁·경제민주화는 자전거의 앞·뒷바퀴와 같이 동시에 굴러가는 요소다. 재벌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혁신 동기 등이 활성화된다는 설명이다. 유 의원은 경제민주화보다 ‘경제 정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재벌들에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는 안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국내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또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 등을 처벌하고 사면·복권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회적 경제’도 정강·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유 의원은 19·20대 국회에서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 경제발전기금을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발의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올해 통과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중부담 중복지’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중부담 중복지 이슈를 꺼내 든 바 있다. 이와 관련,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에 비해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새누리당이 예산 정국 때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반대한 것과 달리 유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낮췄던 최고세율을 복원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누리당보다 ‘좌클릭’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주요 노동정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와 공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고용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분야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가 예상된다. 지진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전 추가 건설보다 신재생에너지 등 대안을 찾는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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