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재정이 큰 역할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편성된 추경은 0.7%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을 1년 만에 6.5%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이 1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세계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타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 활발한 활동에 나선 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바쁘고 가계 역시 부채와 미래 불확실성에 지갑을 닫고 있다. 2년 연속 20조원 넘는 돈을 추경으로 쏟아부어도 성장률은 2%대에 머물고 있는 게 우리 실정이다. 재정지출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약발도 없는데 재정지출만 계속 늘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경제의 정부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까. 2008년 GDP 대비 30.1%에 그쳤던 국가부채도 내년 40.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빚만 잔뜩 늘어난 모양새다. 이 모두가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나랏돈을 푸는 대신 경제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기업과 국민을 전면으로 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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