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회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든 것들 투성이었다. 그 과정에서 양파는 이상과 현실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양파는 “무대에 나설 때만큼은 멋있고 싶어서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적당히 돈을 벌면서 편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회사를 들어가고 나면 그런 것들 때문에 싸움이 났죠”라며 “그런 게 싫어서 힘들어도 혼자 해보겠다고 버텼더니 정말 아무 것도 안 되고 가난해지기만 하더라고요. 돈도 떨어져 가고 정말 끝까지 갈 때쯤에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연락이 왔죠”라고 설명했다.
막막한 현실과 마주하며 신음할 때쯤 ‘나가수3’라는 기회를 만난 양파는 가왕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수로서 몇 번의 굴곡을 겪으며 양파는 내려놓을 줄 아는 미덕을 깨닫게 됐고, 모든 건 때가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예전에는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고, 혁신적인 걸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컸던 것 같아요. 가끔 어떤 노래에 위로 받거나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해서 울 때가 있어요. 지금은 그런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그런 기분을 주는 노래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예전보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죠”
실질적으로 활동한 햇수를 꼽으면 6~7년 정도 밖에 되지 않기에 20주년을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쑥스럽다는 양파는 현재 임하는 뮤지컬도, 데뷔 20주년도 결국은 변함없이 ‘노래하는 이은진(양파 본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얼마나 더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여성 가수들이 필드에서 살아남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선배님들을 뵙고 조언을 구하고 있죠. 60살에는 어떤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을지 계속 꿈꾸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가졌던 공백으로 인해 양파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그리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목소리를 남겨놓지 못했다. 두고두고 양파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매년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가 됐다.
한편, 양파는 20년 지기 정재일과 그와 함께 좋은 행보를 걷고 있는 박효신에 대한 언급을 덧붙였다. 특히 박효신은 과거 ‘신촌뮤직’ 소속으로 양파와 함께 한솥밥을 먹던 식구였을 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정재일은 친동생 같이 가까운 사이에요. 그 친구가 점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게 정말 기뻐요. 그리고 그게 (박)효신이라는 것도 좋고요. 두 사람 모두 제가 너무 아끼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에요. 최근에 효신이 콘서트에 갔다 왔는데, 정말 멋있게 성장했더라고요. 질투 보다는 멋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효신이의 노래에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효신이가 출연하는 ‘팬텀’도 꼭 보러 가려고 해요”
‘보디가드’ 속 세 명의 레이첼 가운데서 휘트니 휴스턴과 동시대를 살았던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기도 했던 양파는 실제로 자신과 같은 시대에 가수 활동을 했던 S.E.S, 젝스키스 등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소회를 전하며 그들에 대한 응원을 보냈다.
“그 친구들로 인해 저 역시 아직도 여기 있는 것이 마땅한 것처럼 보이고 힘도 더 나는 것 같아요”라고 언급한 양파는 “사실 음악적인 색깔도 다르고 자주 만났던 친구들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살아남았다’는 데서 오는 약간의 전우애 같은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계속 좋은 모습으로 왕성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머지않아 가수 양파 역시 활동의 기지개를 펼 예정이다. 물론 현재 그의 모든 1순위에는 ‘보디가드’가 막을 내리는 3월까지 무사히 공연을 마치는 것으로 맞춰져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는 양파는 뮤지컬을 통해 받은 좋은 기운을 가수의 영역에도 그대로 이어가려고 한다.
양파는 “물론 조금씩 음악을 선보일 기회들이 있을 거예요”라고 언급하면서도 “2년 전부터 해오고 있던 작업들 가운데 꼭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로 엄선해서 가을쯤에 정규 앨범으로 선보일 생각이에요”라며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많은 흔들림 끝에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호평 속에 뮤지컬 배우로서 첫 발을 뗀 양파가 마침표 역시 성공적으로 기록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배우와 가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2017년 속에 양파가 자리하기를 빌어본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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