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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년째 박스권 코스피가 한국경제에 던지는 메시지

한국증시가 올해에도 결국 박스권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29일 코스피지수는 2,026.46으로 한해를 마감함으로써 지난해 말에 비해 3.3% 오르는 데 그쳤다. 2011년 이후 6년째 지루하게 이어진 박스권(1,800~2,100선) 장세가 어김없이 되풀이된 셈이다.

무기력한 증시는 성장 돌파구를 못 찾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만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했을 뿐 일 년 내내 안팎의 악재에 휘청거리며 허약한 체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거래시간 연장조치까지 동원했지만 일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21%나 줄어드는 지지부진한 장세를 보였을 뿐이다. 코스닥도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거나 화장품·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외면현상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개미들은 국내에서는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종목을 찾기 힘들다며 8년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새해에도 시장 여건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해 저성장의 고착화 시대를 예고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을 2%대로 낮춰잡을 만큼 안팎의 여건이 나쁘다는 방증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6개월짜리 경제정책을 믿고 투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증시는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내년에도 활황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니 우리로서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증시가 살아나려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경제의 불확실성부터 걷어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신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새해에는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긴다는 얘기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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