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크루즈선 제조 업체로 꼽히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중인 STX조선해양의 손자회사 STX프랑스를 인수한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이끄는 STX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 유럽의 크루즈선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야심 차게 크루즈선 건조 사업에 뛰어든 지 9년 만에 다시 유럽에 사업을 되돌려주는 셈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STX프랑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를 선정했다. 핀칸티에리는 이탈리아 동북부 항구 도시 트리에스테에 본사를 둔 크루즈선 전문 조선업체다.
지난 달 마감한 본입찰에 핀칸티에리와 사모펀드(PEF) 한 곳 등 총 두 곳이 참여한 바 있다. 당초 법원은 유럽계 조선소 한 곳만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추가로 PEF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핀칸티에리를 비롯해 네덜란드 다멘과 프랑스 국영 조선사인 DCNS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법원은 애초 STX조선해양과 자회사들을 묶은 패키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입찰 참여 업체들이 우량 자산인 STX프랑스만 떼어내 인수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법원도 이를 수용하면서 분리 매각 본입찰이 진행됐다.
핀칸티에리가 인수하는 대상은 STX조선해양 자회사인 STX유럽이 보유한 STX프랑스 지분 66.7%다.
잔여 지분을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비토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가 자국 이익을 침해할 경우 매각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같은 유럽 내 조선소로 매각되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TX프랑스는 ‘선박 건조의 종합 예술’이라고 불리는 크루즈선 건조를 꿈꾸던 강덕수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노르웨이 조선사인 아커야즈(STX유럽)를 1조원 이상 들여 인수하면서 STX 품에 들어왔다.
크루즈선 건조는 고급 내장재와 화려한 인테리어를 들여올 수 있는 제반 인프라가 필수적이지만, 국내에는 이런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해 국내 조선소들은 감히 해당 사업에 뛰어들지 못했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이 당시 아커야즈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조선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고 말했다. /노현섭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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