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을 크게 늘렸던 중국이 올 들어 돌연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중국이 역내 시장 수출 물량을 크게 줄일 경우 결과적으로 공급이 줄어 정유업계 이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유화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첫번째 석유제품 수출 쿼터(허가물량)를 1,240만톤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첫번째 수출쿼터(2,136만톤)와 비교해 4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중국은 매년 4~5차례에 걸쳐 수출쿼터를 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정유사들은 정부가 지침을 내린 한도 안에서만 수출이 가능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축소에 대해 예상 밖 행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출 쿼터는 지난 2015년 2,980만톤에서 2016년 4,546만톤으로 급증했고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수출 물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해 생산물량보다 수출물량이 더 많아 재고가 줄자 비축을 확대하고 나섰을 수 있다”며 “중국의 정책이 유화업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지 라인 등을 통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만약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줄일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공급물량이 줄면 그만큼 석유제품 가격이 뛰어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수출 물량을 늘리기 어려워진 중국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정제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이 결국 수출 쿼터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부여된 석유 수출 쿼터가 아직 소진되지 않은 상황이며 올해 수출 쿼터 총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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