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일 ‘국가 간 신용’ 문제까지 언급하며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녀상 설치가 민간단체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우리 내부 기류와 달리 소녀상 철거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 관계개선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전개는 양국 모두에 이롭지 못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자 사설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양국과 미국이 양국 간 (위안부)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사설은 당시 위안부 합의가 북핵 위협과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공동 대응해야 함에도 갈등이 깊어가자 미국 정부가 합의를 중재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우리 외교는 지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국내 여론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사드는 일차적으로 북핵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우리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게다가 주한미군과 국군 전력의 방어와도 관련이 있다. 이런 판에 사드 전선이 흔들릴 경우 미국 정부는 이를 심각한 외교적 도전으로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한중·한일 간 갈등 뒤에는 하나같이 한미동맹 관계가 걸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럴수록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도 역사 문제를 경제나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지 말아야 하지만 우리 역시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하거나 관계 악화의 빌미를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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