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의 좌장 격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전 대표가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선을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안희정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는 등 야권 후보로서 높은 확장성을 보이고 있어 비문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내 세력 확보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인 전 대표는 현재까지 안희정 충남지사와 네 차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3일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은 0%라고 본다”며 “조심스럽지만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어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2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가끔가다 조용히 만난다”면서 “김 전 대표는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경제민주화라는 소신으로 일관되게 살아오신 분이라 (그분의 정치노선을) 직업정치인에게 엄격히 적용하는 잣대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김 전 대표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최근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기반은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종인 전 대표를 필두로 비문 세력이 안 지사의 ‘지원사격’에 나선다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안희정 지사의 높은 확장성은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김종인 전 대표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안희정 지사는 반기문 전 총장이 불출마한 당일 충청 지역과 60대 이상, 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대거 흡수하며 지지율이 4.7%에서 11.2%로 껑충 뛰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안희정 지사는 최근 ‘사드(THAAD) 배치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 등 주요 정책에서 우클릭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통해 중도·보수까지 포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보수여권 지지층을 모을 유력하고 현실적인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안희정으로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안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의원 또한 “안희정 지사는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안희정 지사 띄우기’에 나선 것도 김종인 전 대표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엎을 수도 있다”면서 “예전의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 문 전 대표의 대안을 고심 중인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하는 의미는 크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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