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쇼핑 기업 이베이는 지난해 말 가구·골동품·예술품 전용 사이트인 ‘이베이 컬렉티브’를 개편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숍더룸(Shop the Room)’을 론칭했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거실이나 방 등의 사진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AI 이미지 인식 기술이 다양한 가격대의 유사 제품을 추천해준다. 이베이 관계자는 “골동품이나 예술품은 가격이 비싸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숍더룸으로 대중은 고가품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고 비슷한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해온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앞세워 국가별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15년까지 AI·빅데이터·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 관련 특허는 아마존이 4,891건, 알리바바가 3,374건, 월마트가 669건 등인 반면 국내에서는 전체 117건에 불과하다. 국내 유통기업들도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투자 규모나 착수 시점이 뒤처진 탓이다.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AI 기술의 활용 수준이나 범위에서도 국내 기업들을 앞서나가고 있다. 이베이의 경우 지난해 5월 호주 마이어백화점의 1만2,500여개 상품을 VR 기기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숍티컬’을 론칭했다. 백화점을 둘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가격·재고·배송 등의 상세 사양까지 확인할 수 있고 시선을 ‘장바구니 담기’ 아이콘으로 옮기면 이베이 앱에서 결제까지 이뤄진다. 또 이베이는 영국에서 감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이색 팝업 매장을 선보여 매장 내 고객의 미세한 안면 근육 변화를 감지해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원하는 선물을 추천해준다.
미국의 홈인테리어 유통회사 커클랜드는 점포의 최적 입지를 선정하고 미래 매출액을 예측하는 데 AI를 적용했다. 지역 내 가구 수, 소매업체, 쇼핑센터 등의 정보를 기본으로 커클랜드 기존 점포의 입지·매출·고객 데이터 등을 종합 분석해 신규 점포의 최적 입지를 선정한다.
빅데이터 활용은 이미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월마트가 인수해 화제가 된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닷컴은 친밀도에 따라 선물을 살 때 얼마를 써야 하는지 계산해주는 ‘케어큐레이터’를 선보였다.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해 선물하려는 친구의 이름을 검색하면 ‘좋아요’와 ‘댓글 개수’를 기준으로 선물 금액대를 제안해준다. 미국 메이시백화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옴니채널인 ‘서치앤드센드’로 온라인 쇼핑몰 구매 고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는 고객들이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기존의 구매 상품과 연계된 추천 상품 목록을 받아볼 수 있다.
고령화·저성장 시대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 유통업체들은 카테고리 킬러형 기업으로의 성장에 주력한다. 일본 드러그스토어의 대명사 마쓰모토키요시는 미도리약품·러브드럭스 등을 인수하며 세를 키웠고 경쟁 회사보다 빠르게 옴니서비스를 구축하면서 해외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면세 대응 점포를 늘렸다. 로봇 물류 창고 등을 도입한 가구·인테리어 체인 니토리는 원가를 탁월하게 낮추면서도 고객에게 종합 코디네이션을 제공하는 등 혁신을 꾀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