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은행’으로 불리는 모바일뱅킹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5만대선 아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 등에 따르면 6대·지방은행 등을 포함한 은행권 ATM은 지난해 말 기준 4만8,500대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ATM 5만대 시대를 처음 기록한 후 10년 만에 4만대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국 ATM은 금감원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6월 4만4,033대였다. 이후 2008년 6월 5만대를 넘어섰고 2012년 6월 5만6,720대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 반전했다. 특히 지난해 6월까지 5만74대였던 ATM은 6개월 사이 1,500여대나 줄면서 하락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ATM 급감은 금융거래를 위해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줄면서 은행들이 지점을 대거 폐쇄한데다 거래수수료 고정으로 사실상 적자로 운영해야 하는 ATM을 잇따라 축소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ATM 한 대당 3~4명씩 줄을 서 있는 광경이 흔했지만 지금은 남아돌아 매우 한산하다”며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고 있어 현재의 거래수수료로는 ATM 운영을 위한 원가를 맞추기도 어려워 가능하면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ATM은 한 대당 연간 160만원의 운영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저수익 구조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돈이 되지 않는 ATM을 급속히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ATM을 급격히 줄이면서 고객들의 수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각 은행이 ATM을 앞다퉈 축소하면 고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거래은행이나 편의점·지하철 등에 설치된 결제대행업체(VAN)의 기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은행들은 타행 고객에게 700~1,000원의 출금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VAN사의 수수료는 900~1,300원에 달한다.
실제 은행들이 ATM을 축소하면서 VAN사의 기기 비중이나 이용 건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자동화기기 중 VAN사 기기의 비중은 2010년 28.4%에서 2015년 38.7%로 급증했다. 일부에서는 KB국민은행 등이 창구거래 수수료 인상 등 수수료 현실화 카드를 다시 검토하는 상황에서 ATM 수수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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