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의 무역수지는 수입품이라 해도 자국 세관을 거쳐 해외에 다시 수출하면 수출통계로 잡아야 하는 게 국제적 기준이자 경제학의 기본이다. 미국이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무역적자를 억지로 부풀리는 꼼수를 부리는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막대한 무역적자 규모를 빌미 삼아 교역 상대국에 통상 압력을 가하는 논리로 악용하겠다는 저의가 바로 그것이다. 새 방식을 적용하면 미국의 대(對) 멕시코 무역적자는 하루아침에 2배 급증한다고 한다.
통계 산정기준 변경이 실제 채택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1차 희생양은 미국의 재수출 대상국 1위와 2위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하겠다고 벼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나프타) 체결국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익히 예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국제 통상질서와 상식마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 한국 재수출 규모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해서 그냥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통계적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어떤 압력과 억지를 부릴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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