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연구를 대폭 강화한다. 자동차만 판매하는 회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커넥티드카, 공유경제가 가져올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한 차원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전략기술연구소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전략기술연구소는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와는 별도 조직이다. 연구개발본부 내 남양연구소(양산차 기술), 의왕 중앙연구소(선행기술), 마북연구소(친환경차)에서 인재를 뽑아 별동대처럼 따로 조직했다. 출범 초 수십명 규모지만 앞으로 적극 외부 인재를 영입해 수백명 단위의 핵심 연구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략기술연구소 소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본사 직속으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기술연구소 소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외부 인재를 폭넓게 두고 인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기술연구소는 미래 사회와 기술 흐름 연구에 기반을 둔 신사업 구상·진행·기술개발 전략 조직과 신소재·에너지·바이오 헬스·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 두 부문으로 구성됐다. 조직원들은 기술 기획 전략가, 선행기술 엔지니어, 사업화 전문가 등이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전문 기업체나 대학, 연구소들과 협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신사업 모델을 적극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략기술연구소는 최근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반영된 커넥티드카나 차량공유,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확대는 미래 자동차 생활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운전자가 없고 함께 자동차를 쓰며 필요할 때에만 이용하는 시대에서 차만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담겼다. 구글이나 애플, 바이두 등 정보통신(IT) 기업들 역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테슬라나 BYD와 같은 미래 자동차도 속속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점 역시 전략기술연구소 신설의 이유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의 변화가 경쟁 업체보다 한발 늦었던 교훈을 새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담겼다.
이번 전략기술연구소 신설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의 미래를 이끄는 정의선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정 부회장은 실제로 올해 1월 CES에서 현대차의 미래 비전을 소개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커넥티드카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운전자와 운전자, 운전자와 집, 운전자와 사무실, 주변의 모든 것들과 연결하는 허브로써 작용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달라질 모습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가 반영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차세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마켓 쉐이퍼(시장형성자)’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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