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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김포 가까운교회] 갤러리 인듯...상가건물 인듯...트랜스포머 닮은 '파격의 聖殿'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위치한 가까운교회 전경. 영화 ‘트랜스포머’를 떠올리는 독특한 외관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사진제공=신경섭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의 가까운교회를 설계한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소장은 고소영·장동건·원빈·신승훈 같은 연예인 소유의 건물을 설계하면서 유명세를 탄 건축가다. 아울러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이자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지난 2008년부터 9년간 무려 여섯 차례 수상한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원 홍천군의 부티크 리조트 ‘유리트리트’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화려한 이력의 그가 교회를 설계했다는 점이 호기심을 키웠다. 지금까지 곽 소장의 포트폴리오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많은 유동인구를 끌어내야 하는 상업건물들로 채워져왔기 때문이다. 소위 상업용 건축물 전문인 그가 교회건축물에는 어떻게 접근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김포에 있는 가까운교회를 찾았다.

건물 옥상부에 위치한 야외 예배공간. /사진제공=신경섭


■크기·길이 제각각…화려한 조형미

직육면체 큐브 수평·수직으로 배치

순례자의 길 닮은 외부계단 인상적

2기 신도시로 구분되는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차로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개발 초기 일산·파주 일부 지역과 함께 ‘미분양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교통·생활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며 재평가받고 있는 지역이다. 여전히 김포대로를 따라 듬성듬성 미개발지가 눈에 띄지만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는 예전과 사뭇 다르게 활기를 띠고 있었다.

가까운교회는 김포대로를 따라 신도시 끝자락 즈음 3,000여가구의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1981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금의 낙성대동에서 시작해 2015년 김포에 새 건물을 지어 옮겨온 37년 전통의 개신교 교회다.

대로변에서 올려다본 건물은 벽면에 음각된 십자가를 제외하면 교회건축의 전형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2013년 김수근건축상을 받은 충북 청주의 상가건물 ‘F.S.One’이나 서울 청담동의 ‘테티스(속칭 ‘고소영 빌딩’)’에 가깝다. 다양한 크기와 길이의 큐브, 직육면체를 수평·수직으로 배치하고 살을 입힌 듯한 조형은 건축가 곽희수가 즐겨 쓰는 건축적 요소다.

특히 건물 밖에서 볼 때 몇 개 층으로 이뤄졌는지, 내부 동선이 어떻게 이어질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전면에 사선으로 이어지는 긴 계단으로 건물의 동선에 변화를 준 점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골고다의 언덕, 순례자의 길을 연상시키는 계단이다.

곽 소장은 “일반인이 모델들 사이에 서면 다소 자괴감을 느끼듯이 20~30층 아파트 단지 가운데 20m 남짓한 교회도 마찬가지”라며 “한 가구 한 가구를 모듈로 쌓아올린 아파트와 반대로 가까운교회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설계해 이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의 길게 이어진 계단은 주말에만 1,000여명이 몰리는 신도들이 다양한 동선으로 분산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 계단을 따라 신도들이 촛불을 들고 서는 ‘침묵의 기도’ 이벤트 같은 것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건물 최상층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사실. /사진제공=신경섭


교회의 가장 핵심적 공간인 예배당은 3개 층에 걸친 스탠드 형태로 조성됐다. 공원 부지가 있는 남쪽 벽면으로 시원한 통유리창이 돋보인다. /사진제공=신경섭


■ 스탠드식 예배당·최상층부 목사실 ‘독특 ’

3개층 걸친 스탠드 형식 예배당 조성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상시켜

교회의 핵심부인 예배당도 파격적인 형태다. 일반적인 교회건축에서는 목사가 예배를 집전하는 제단이 신도의 위치보다 살짝 높게 배치되지만 가까운교회는 3개 층에 걸쳐 스탠드 형식으로 조성됐다.

여기에는 건축주인 조해수 가까운교회 담임목사가 주문한 ‘음악을 매개로 하는 교회’라는 의도가 반영됐다. 예배당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작은 콘서트홀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제단 양쪽에는 키보드와 드럼·스피커가 있고 교회에서는 잘 보기 힘든 파이프오르간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탠드는 신도들의 시선을 가리지 않게, 일어서도 허리까지 보이도록 높이차를 뒀다. 남쪽 공원 부지를 바라보는 벽면은 절반 넘게 통유리로 마감돼 시원한 전망을 제공한다. 조 목사는 주말 점심예배 때면 내부에 햇빛이 밝게 들어와 따뜻하다고 했다.

교회 최상층에 배치된 목사실은 사실 가장 궁금한 공간이었다. 통상 예배당보다 높은 위치에 목사실을 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 설계자 역시 이런 경향을 모르지 않았지만 건축적 고려가 앞섰다. 좁고 긴 대지의 특성상 저층부는 신도·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지원시설만으로도 복잡했고 핵심시설인 예배당을 그 위에 스탠드식으로 얹었다. 대신 목사실은 예배당 바로 위가 아니라 비껴 선 공간 상층에 올렸다.

곽 소장은 “목사실은 예배당이나 지원시설 대비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적어 접근성이 낮은 곳에 배치됐다며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목사실이 있다는 것이 신도들에게 위안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교회 정면부는 아파트 단지 주민을 고려해 최대한 창을 줄이고 종교건물의 특성보다 조형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사진제공=신경섭


사실상 교회 정면부는 아파트 단지 주민을 고려해 최대한 창을 줄이고 종교건물의 특성보다 조형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사진제공=신경섭


■ 인근 주민 고려한 설계…커뮤니티·쉼터로

아파트쪽 창문 줄이고…조명까지 고민

개인-공공의 이익 절묘하게 조화시켜

독특한 외형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로봇 같다는 의견에서 데스크톱 본체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교회 공사가 시작될 즈음 아파트 10층 높이의 건물 계획에 일부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제는 주말이면 1,000여명의 신도가 북적거리는 명소가 됐다.

조 목사는 “교회를 갤러리로 착각하기도 하고 지나가던 커플이 구경하러 들어와 차를 마시고 가기도 한다”며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여행자가 종교와 상관없이 들어오듯 한국 교회에서는 없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반응에는 건축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곽 소장이 전작들에서도 늘 강조해온 것은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배치되지 않는 건축이다. 가까운 교회의 경우 주거와 종교 시설의 편익이 충돌하지 않고 나아가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다.

먼저 고려한 것이 교회가 아파트 단지 남측에 위치해 항상 가장 큰 창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부 십자가 없이 서쪽 면에 음각된 십자가 조명으로 대체하고 단지 쪽으로는 유리창 자체를 최대한 줄였다. 결과적으로 인근 교회의 경우 십자가에 야간 조명을 일체 켜지 못하지만 가까운교회에는 여태 민원 한 건 없었다.

나아가 1층을 남쪽 공원 부지와 연결되는 트인 공간으로 설계해 주민들이 지나가듯 교회를 방문할 수 있게 했다. 곽 소장이 생각한 것은 교회가 맡을 새로운 역할에 대한 것이다. 커뮤니티센터로, 문화센터로, 쉼터로, 일대의 랜드마크로 기능해주기를 바랐다. 특히 한강신도시처럼 아직 지역적 특색이 뚜렷하지 않은 곳에서 종교시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파생문화를 선도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소장 “도심 속 교회, 커뮤니티·휴게공간 역할해야”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소장/사진제공=김재윤


“이제 전 국토가 도시화돼 산꼭대기에도 집을 짓고 삽니다. 하지만 도시에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 마음 편하게 몸이 모일 곳이 없죠. 물론 차로 수 시간 가면 바다도 산도 있지만 도시에는 상업적인 카페 정도일까요. 교회가 그런 문화적이고 비상업적인 휴게 공간으로 도시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교회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거죠.”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소장은 교회가 지역 커뮤니티, 휴게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가까운교회 설계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공원 부지와 아파트 단지를 잇는 개방된 1층 로비 공간, 외부 계단을 통해 이어져 예배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능한 옥상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어 수년 전 신문에서 국내 교회 수가 편의점 수의 2배를 넘어섰다는 보도를 봤다며 교회가 종교시설의 기능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도시 교회가 잘못 기능하면 그만큼의 땅만 차지할 뿐 종교적 제의 외에는 기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교회가 제대로 서면 도시 사람들에게 훌륭한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또 교회 건물로는 과도한 비용이 드는 설계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오히려 기본 구조와 외형 외의 건물 치장에 돈을 들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응수했다.

“건물을 보며 느끼는 아름다움이 다양하다지만 통상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죠. 하지만 건물 자체가 아름다우면 치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기본 건물보다 마감과 인테리어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죠. 저는 소모되지 않는 건축 구조와 기본 외형에 투자하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물 자체로 아름다운 건물. 그곳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곽 소장은 말한다. “좋은 건축은 사람들이 모이고 싶은 공간, 사람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면 그게 좋은 건물이고 비용은 금방 회수될 수 있는 거죠. 지난해 문을 연 홍천 유리트리트나 부산 기장웨이브온은 이미 하루 수천 명, 주말에는 1만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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