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SK그룹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모두 29만8,8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22일 SK하이닉스 종가(5만600원) 기준으로 151억원에 달한다. 이튿날 SK텔레콤도 박정호 사장에게 스톡옵션 6만6,504주를 부여하기로 했다. 23일 종가(23만1,000원) 기준 154억원어치다. SK텔레콤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2002년 이후 15년 만이다.
SK그룹이 계열사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최 회장은 전부터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방침을 강조해왔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 전략은 개별 기업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최 회장은 그룹 전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올 들어 더욱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를 추가한 새로운 경영철학을 담은 정관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존 정관에 명시됐던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이윤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기업 경영이념을 대신해 ‘행복 극대화’라는 경영 철학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 때 SKMS(SK Management System) 개정 취지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행복하려면 고객·주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전제돼야 하고 우리의 행복을 이들과 나눠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의 경영철학이 바뀐 만큼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이외의 계열사도 주주총회를 통해 잇달아 정관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변경된 경영철학을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밖에서 볼 때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겠지만 기업 내부에서 보면 이윤 창출이라는 말이 정관에서 빠진 것은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이전부터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온 SK그룹이지만 최근에는 사회공헌 활동에 객관성과 투명성을 부여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질적 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의 기준으로 삼을 ‘소셜 밸류(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정량화·계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최 회장 평소의 경영철학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예컨대 정량화의 기준이 마련되면 SK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어워드’ 등에 객관적인 평가 도구로 적용해 사회에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 형태의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SK는 나아가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에도 이를 도입해나갈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변화가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재벌개혁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로 평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SK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SK의 기업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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