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작업자들 가운데 한 명을 화재감시자로 지정해 화재를 막고 인명피해도 줄이겠다는 정책 발상은 지나치게 안이한 것 같습니다.”(안전보건 전문가)
정부가 대형 화재 발생 위험이 큰 작업장소에 화재감시자를 배치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돼서가 아니다. 새로운 조치가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참사를 막는 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31일 입법예고한 화재감시자 배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3일 공포한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연면적 1만5,000㎡ 이상인 건축물 건설·개조공사 지하장소 △연면적 1만5,000㎡ 이상인 냉동·냉장창고시설 설비공사 및 단열공사 현장 △액화석유가스(LPG)선 건조 시 단열재가 부착된 저장설비 부근에서 용접·용단 등 화기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화재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 화재감시자는 유사시 근로자들의 대피를 유도하고 평상시에는 가연물의 착화 여부 등을 살핀다.
문제는 화재감시자 배치 대상 사업장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연간 건설업체 및 현장 270개소, 조선업 LPG 제작업체 32개소가량이 화재감시자 배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추산이다. 하지만 이는 2만~3만곳에 이르는 전체 공사 현장의 1~1.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4일 사망 4명 등 총 5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복합건축물 화재 발생 현장도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화재감시자 배치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당시에는 지하 또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큰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렇게 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며 “화재감시자 배치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규칙을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의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지난 7개월 동안 입법예고 기간에 무엇을 했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렇다 할 화재감시자의 자격요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화재감시자는 현장에 있는 작업자 가운데 누구라도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고 맡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전보건 전문가는 “발화 요인 중에는 숨어 있는 것들도 많은데 전문가가 아닌 화재감시자가 그런 위험요인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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